[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21년만에 네덜란드 꺾은 남자배구…AG 메달 청신호

입력 2014-06-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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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26득점…월드리그 E조 2차전 3-1 승리
女배구,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트라이아웃 실시
국대 세터 김사니, FA 마감 하루 전 IBK와 계약

V리그가 일찍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낳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여겨졌던 외국인선수 제도에 변화가 온다. 여자부 구단이 기존의 자유경쟁에서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선수 제도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르면 2015∼2016시즌부터 실시된다. 5월31일로 마감된 FA선수 계약은 여자부에서 또 뉴스가 나왔다. IBK와 흥국생명의 막판 빅딜로 국가대표 세터 출신 김사니가 1년 만에 해외선수 생활을 마치고 V리그로 유턴했다. 지난 시즌 MVP 이효희를 도로공사에 빼앗겼던 IBK기업은행은 다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 드디어 도입되는 여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

2015∼2016시즌부터 V리그 여자부에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실시된다.

V리그 여자부 6개 구단 사무국장들은 5월2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배구연맹(KOVO) 회의실에서 실무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사회의 의결과정이 남아있지만 현재 외국인선수 시스템이 V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부분 구단이 판단했다. 그동안 ▲토종 선수가 주인공이 되지 않고 ▲외국인선수 1명에게 팀의 운명을 맡기는 ‘몰빵배구’ ▲상한선(28만 달러)을 쉽게 넘어가는 과도한 비용 등이 지적된 문제점이었다.

새로운 방안에 따르면 2015년 6월 여자구단이 미국에서 미 국가대표 상비군과 KOVO가 제시하는 조건에 맞는 외국인선수를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을 실시한다. 구체적인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리그 경력이 3년 미만인 선수로 정했다. 연봉수준도 조만간 확정한다. 그동안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선수 본인의 항공료는 물론, 가족에게도 한국행 왕복 항공티켓을 몇 차례씩 지급했다. 이런 부대비용도 많이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임에서는 현대건설만이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나 트라이아웃을 대세로 받아들여 6월12일 최종 실무모임에서는 만장일치로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선발은 2가지 방안이 나왔다. ▲팀을 상위권(1∼3위), 하위권(4∼6위)으로 나눠 확률추첨을 하는 방안과 ▲모든 구단이 확률추첨을 하는 그야말로 복불복을 하는 방안이다.


● FA협상 마감, 숨겨진 이야기들

5월31일로 2014 FA협상이 마감됐다.(표 참조)

남자부는 큰 변동 없이 조용히 끝났다. 여자부는 2차 협상에 이어 3차 협상 막바지에 FA 미계약선수 김사니가 화끈한 뉴스를 만들었다. 아제르바이젠 바쿠 로코모티브에서 한 시즌을 뛰었던 김사니가 등록마감을 하루 앞두고 IBK기업은행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휴가를 보냈던 김사니는 이효희의 이적으로 세터보강이 필요했던 IBK와 접촉했다.

선수보강이 필요했던 IBK는 먼저 흥국생명에 양해를 구하고 협상에 뛰어들었다. 김사니는 미국에서 돌아오던 날 IBK와 협상을 벌여 한국행 의사를 확인했다. 2억5000만원을 요구했으나 조건을 낮췄다. 김사니의 권리를 가지고 있던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과 IBK 이정철 감독은 물밑조율을 했다. 사인&트레이드 방식으로 김사니를 이적 시키기로 합의했다.

흥국생명은 IBK 신연경과 IBK가 도로공사에서 받는 FA보상선수 1명을 받기로 했다. 사실상 2-1 트레이드다. 도로공사는 1일 낮 12시 GS와 IBK에 보호선수 5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FA로 영입한 이효희와 정대영을 포함한 명단이다. GS와 IBK는 3일 오후 6시까지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를 선택한다. GS는 정대영의 공백으로 생긴 센터보강이 급하다. 흥국생명은 리베로를 원한다. 도로공사는 센터 하준임과 지난 시즌 신인왕 고예림을 보호선수로 생각하는 눈치다.


● 21년 만에 월드리그에서 네덜란드 꺾은 한국 남자 대표팀

한국 남자배구가 21년 만에 월드리그에서 네덜란드를 꺾었다.

한국은 1일(한국시간) 에인트호번 인도어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4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대륙간라운드 E조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3-1(25-18, 25-23, 20-25, 25-22)로 승리했다. 한국이 월드리그에서 네덜란드를 꺾은 건 1993년 6월11일 서울 경기 이후 처음이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박철우(삼성화재)였다. 양팀 최다인 26득점(공격성공률 69%)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전광인(한국전력)이 16득점, 송명근(러시앤캐시)도 13점을 보탰다. 송명근은 1세트에서 블로킹 3개로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는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 1세트부터 목적타 서브로 네덜란드를 흔들었다.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세트를 따냈다. 1세트 공격 성공률은 67%였다. 2세트는 11-17까지 뒤졌으나 최민호(현대캐피탈)의 블로킹으로 16-19를 만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박상하(상무)의 블로킹으로 21-22를 만든 뒤 상대 세터 니미르의 오버네트 범실과 송명근의 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한국은 4세트 박철우의 터치아웃 공격으로 12-11로 재역전 한 뒤 17-13으로 달아났다. 매치포인트는 블로킹이었고 경기시간은 1시간 47분이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네덜란드전 역대전적 7승33패, 1993년 이후 월드리그 맞대결에서 2승18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4, 5일 오후 10시50분(한국시간) 체코에서 3주차 경기를 치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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