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자 “카펠로 감독은 비밀 또 비밀…융통성 없다”

입력 2014-06-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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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관영통신사 리아 노보스티의 바라바쉬 타라스 기자. 타라스 기자는 17일(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의 SMC(스타디움미디어센터) 카페테리아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한국·러시아의 감독과 선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쿠이아바(브라질)|남장현 기자

■ 본지 남장현 기자 - 러시아 관영통신사 바라바쉬 기자의 즉석 대화록

“카펠로 감독과 4년 재계약은 성급한 선택
감독과 인터뷰? 우린 얼굴도 제대로 못봐
세대교체 없는 러시아…미래가 밝진 않아”

“좋은 사람이고, 좋은 감독인데 융통성이 없다.”

자국 대표팀을 이끌고 2014브라질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민 파비오 카펠로(68·이탈리아) 감독에 대한 물음에 러시아 관영통신사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의 바라바쉬 타라스(36)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큰 무대를 수차례 경험한 명장이지만, 지나치게 고집스럽다’는 평가였다.

바라바쉬를 만난 것은 한국과 러시아의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하루 앞둔 17일(한국시간)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였다. 우연히 SMC(스타디움미디어센터) 카페테리아에서 만난 그에게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생각보다 대화가 길어졌고 어느새 토론이 됐다. 30여분간의 대화록을 살짝 풀어본다.


● 우리들의 감독

남장현(이하 남) : 러시아축구는 2018년 월드컵을 개최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감독은 썩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바라바쉬(이하 바라) : 당연하다. 오늘 경기 전 기자회견을 보지 않았느냐. 세상에, 월드컵 주장(바실리 베레주츠키·CSKA모스크바)을 그 자리에서 발표하는 건 뭔가. 늘 그랬다. 항상 ‘비밀, 또 비밀’이다. 한국도?

남 : 아니다. 민감한 기간이라 지금은 안 그런데, 월드컵 전에는 열린 환경이었다. 감독과 언론이 종종 만났고, 선수들과의 접촉도 대표팀 소집기간이 아니라면 수월한 편이다.

바라 : 감독과 따로 인터뷰를 한다고? 놀랍다. 우린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다. 한국에선 우리 감독을 어떻게 보는가?

남 : 비밀스러운 사람. 러시아 언론 보도만 봐도 친 미디어 성향은 아닌 것 같다. 선수들에게도 강성이라던데….

바라 : 맞다. 통제하는 부분이 많다. 선수들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시킨다.


● 우리들의 선수

남 : 그런데도 너희 감독에 대한 러시아축구계의 반응은 좋은 것 같다.

바라 : 4년 재계약을 했다. 2018년 대회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조금은 성급한 선택일 수도 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뒤 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남 : 카펠로 감독이 자국리그 멤버들을 중용하는 건 어떻게 보나? 선수들이 해외무대로 많이 안 나가는 까닭은 뭔지 궁금하다.

바라 :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답한다면 우리 클럽들은 돈을 많이 준다. 어지간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보다 금전적 대우가 후하다. 러시아리그 선수들을 많이 뽑는 건 나쁜 일은 아닌 듯 하다. 한국은 유럽리거가 많더라. 이근호(상주)는 안 그렇던데.

남 : 대부분 유럽리거들로 팀이 구성됐다. 국내선수들은 많지 않다. 이근호는 현역 군인인데, 원 소속팀도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 있다. 손흥민(레버쿠젠)처럼 영건들도 많고.

바라 : 알다시피 우린 젊은 팀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세대교체를 하는 것도 아니다. 나중에 결과가 말해주겠지.


● 우리들의 월드컵

남 : 러시아는 어디까지 오를까?

바라 : 글쎄, 세 경기를 다 치러봐야 알 것 같다. 한두 경기만 치르고 당장 조별리그 통과를 결정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한국은 어떤가.

남 : 누구도 말한 적은 없다. 다만 이제 원정에서 8강에 오를 때가 됐다고 한다.

바라 :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겠다. 행운을 빈다.

남 : 러시아도 좋은 결과를 내길 바란다.

쿠이아바(브라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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