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송 퇴장.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MF 송, 상대편 따라가다 뜬끔없이 공격
후반 3골 허용 뒤엔 수비수끼리 몸싸움
출국전 ‘보너스 소동’ 이어 추태의 연속
독일 출신 감독 “모든 선수가 수치스럽다”
‘불굴의 사자들’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카메룬이 19일(한국시간)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0-4로 대패해 ‘광속 탈락’했다. 2경기만 치르고 탈락이 확정된 것도 부끄럽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더 안쓰럽다. ‘추태의 연속’이었다.
카메룬대표팀은 8일 고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월드컵 출전 보너스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요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브라질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8시간을 대치하다 뒤늦게 숙소를 나와 비행기에 탑승했다. 카메룬대표팀이 돈 문제로 시위를 벌인 것은 1994미국월드컵, 2002한일월드컵에 이어 이번이 3번째였다. 이만하면 상습적이라 할 만하다.
과거 2차례의 파업 이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니, 이번에도 징조가 불길했다. 선수들의 집단행동에 화들짝 놀란 카메룬축구협회는 브라질에서 자국 대표팀 숙소에 감시용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 선수에 그 협회’라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14일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19일 크로아티아전은 반전이 아니라 막장의 끝판이었다. 전반 11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따라가기도 바쁜 상황에서 전반 40분 미드필더 알렉상드르 송(FC바르셀로나)이 밑도 끝도 없이 크로아티아선수의 등을 팔꿈치로 가격해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수적 열세에 놓이자 이기려는 열망마저 사라졌다. 후반 3골을 더 허용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하더니, 종료 직전에는 아군끼리 싸우는 험한 꼴까지 보였다. 수비에 가담하러 온 미드필더 벤자민 무칸조(AS낭시)가 수비수 베누아 아수에코토(QPR)에게 거친 말을 했다. 발끈한 아수에코토는 무칸조에게 박치기를 했다. 동료들이 뜯어 말려 겨우 소동은 진정됐지만, 앙금은 경기가 끝나고도 풀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독일 출신의 포커 핀케 카메룬 감독이 경기 후 “모든 선수가 수치스럽다”고 했을까.
‘오합지졸’ 카메룬은 24일 브라질과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8강의 이변을 일으켰던 그 기개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