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구두 장인’ 장제사를 아시나요?

입력 2014-07-05 2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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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를 아시나요?’

야생의 말들은 튼튼한 발굽을 지니고 있어 웬만한 지형은 거뜬히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가축화된 말들은 더 빠른 속도를 내고, 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만 했다. 자연히 원래 지니고 있는 발굽만으로는 이 같은 일들을 수행하기 어렵게 되었고 인간의 신발처럼 말들의 발굽에 쇠붙이를 대주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말들이 신는 편자이다. 편자를 말의 굽에 장착하는 일을 장제(裝蹄), 이 일을 하는 사람을 장제사(裝蹄師)라고 부른다.

인간의 신발이 브랜드와 재질이 다양하듯 편자의 종류 역시 다양하다. 경주마들에게 사용하도록 매우 가볍다는 게 장점이다. 보통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튼튼하면서도 강하다. 요즘은 다양한 크기의 편자가 공장에서 만들어져 납품되는 게 보통이며, 규격화된 사이즈별로 다양한 기성품들이 만들어진다.

경주마들 이외에는 보통의 철로 만들어진 편자를 사용한다. 알루미늄에 비해 무겁지만 내구성이 우수하다. 알루미늄과 달리 쉽게 변형하기 어려워 용광로에 달군 후 편자의 모양을 조절한다. 이 외에 특수한 목적이나 치료목적으로 사용되는 특수편자도 있다. 빙하나 눈길을 달려야 하는 말에게 신기는 ‘빙상편자’나 다리의 길이가 달라 편자의 두께로 그 차이를 보전하는 치료용 편자 등의 경우 모두 특수편자로 볼 수 있다.


장제사는 발의 모양과 체중을 분산해내는 형태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균형, 그리고 발의 길이를 정확하게 판단해 적절한 편자를 말에게 신겨준다. 장제의 과정은 크게 탈철과 삭제, 조정과 못질, 그리고 조이기로 나눠볼 수 있다. 탈철은 말 그대로 기존에 착용한 낡은 편자를 떼 내는 일이다. 낡은 편자를 떼내고 나면 불규칙적으로 자라난 발굽을 잘라내는 삭제작업을 진행한다. 발톱깎기와 비슷한 트리머라는 장비로 먼저 잘라낸 후 체중이 고르게 분산될 수 있도록 굽줄로 갈아내어 평평하고 균형이 잘 잡히도록 조정한다. 사람이 손톱이나 발톱과 마찬가지로 신경이 없어 삭제과정에서 통증을 느끼지는 못한다.

다음은 마필에게 맞는 제품의 편자를 발굽에 직접 대보고 쇠망치로 두들겨서(쇠편자의 경우는 달궈서) 발모양에 맞도록 조정한다. 발굽과 새 편자가 잘 들어맞으면 편자를 고정하기 위해 못을 박는다. 못을 박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발굽부분을 벗어나 신경을 건드리게 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숙달된 장제사라 하더라도 이 과정을 가장 신중하게 진행한다. 대게 5개에서 7개 사이의 못을 박는데, 못을 박고 난 뒤 튀어나온 못을 다시 잘라내고 덧나온 못은 줄로 갈아 굽과 일치하게 만들면 장제업무는 끝난다.

이러한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 필기시험과 장제실무 실기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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