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돌아온 3·4선발, 염경염 감독 “2군행이 보약”

입력 2014-07-08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오재영-문성현(오른쪽). 스포츠동아DB

넥센 오재영·문성현 40여일 재건 훈련
최상덕 코치 스프링캠프처럼 특별 조력
1군 복귀전 합격점 선발 로테이션 합류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화성 히어로즈 볼파크’. 넥센의 2군 선수단이 기량을 닦는 곳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이 곳 숙소의 한 방에 넥센의 토종 원투펀치가 머물렀다. 좌완투수 오재영(29)과 우완투수 문성현(23)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그들이 2군에서 보낸 40여일의 시간을 ‘시즌 중의 스프링캠프’라고 표현했다. 오재영과 문성현이 장기 2군행을 ‘특별관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둘은 그렇게 했다. 진짜 스프링캠프에 임하듯,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야구 얘기로 하루를 열고 닫았다. 잃어버릴 뻔 했던 2014시즌을 되찾기 위해서다.


● 오재영와 문성현, 그들만의 ‘초여름 캠프’

염 감독은 올해 초부터 “오재영과 문성현이 우리 팀의 확실한 3·4선발”이라고 말해왔다. 캠프에서도 일찌감치 이들에게 선발 준비를 시켰다. 스프링캠프 경과도 좋았다. “페이스가 가장 좋은 투수가 바로 둘”이라고 했다. 특히 오재영은 데뷔 첫 해였던 200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선발진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해였다. 우승을 노리는 넥센과 지난해 선발로 기량을 검증받은 두 투수. 기대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뚜껑을 열자 실망이 먼저였다. 오재영은 첫 두 번의 등판에서 4이닝 4실점, 3이닝 5실점으로 물러났다. 이후 두 번이나 1군과 2군을 오갔다. 문성현의 시작은 4.1이닝 3실점으로 조금 나았지만, 목동에서 5월에만 11실점(5.2이닝)과 12실점(2이닝)을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다.

결국 두 투수는 ‘한 달+알파’라는 재건의 시간표를 받아 들었다. 한창 뜨거워지고 있는 목동구장을 뒤로한 채 화성으로 향했다. 그들만의 새로운 캠프가 다시 시작됐다.


● 2군 숙소의 같은 방에서 나눈 야구 이야기

오재영과 문성현은 같은 방에 배정 받았다. 밸런스를 찾기 위해 기본적인 캐치볼부터 다시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함께 훈련했던 최상덕 투수코치가 특별한 조력자로 곁을 지켰다. 오재영은 “코치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또 둘이 나란히 누워 얘기를 참 많이 했다”고 털어 놓았다. 같은 아픔을 겪은 선후배가 2군의 작은 방 안에서 나눠야 했던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야구’였다. 오재영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나면, 한밤중에도 달려 나가 섀도 피칭을 하거나 공을 주고받곤 했다. 캠프 때도 그 정도로 열정적이지는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둘은 끊임없이 ‘어떻게 우리가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지금 아무리 준비를 잘 해도, (1군에) 올라가서 잘 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각오도 함께 다졌다. 다시 밟은 1군 마운드 앞에서, 들뜨기보다는 오히려 차분해질 수 있었던 이유다.


● 되찾은 희망, 후반기 선발진의 희망가

문성현은 2일 복귀해 목동 롯데전 선발로 나섰다.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 오재영도 6일 목동 KIA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따냈다. 둘은 다시 넥센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다. 염경엽 감독이 기대하는 후반기 마운드의 키플레이어들이다.

문성현은 “매 경기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고 했다. 오재영도 “내가 앞으로 잘 던지는 게 팀에 빚을 갚는 유일한 길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들의 새로운 시즌은 이렇게 시작됐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