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실패에 한국축구 길이 있다

입력 2014-07-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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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014브라질월드컵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그간의 근시안적 행정 쇄신, 전문조직 강화 등 한국축구의 숙제는 여전히 많다. 10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홍명보감독·허정무 부회장 동반사퇴
한국축구 방향타 어디로 잡아야 하나

아시안컵 아닌 4년 뒤 월드컵 대비한 감독 선임 필요
제 역할 못한 기술위, 권한·행정력·전문성 강화 숙제
축구협회, 조직 개편 땐 반드시 공·과도 함께 따져야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축구대표팀 홍명보(45)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6월 24일 선임 이후 382일 만이자, 대한축구협회가 재신임을 발표한지 일주일 만이다.

홍 감독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망이 아닌 실망만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축구 외적인 일로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부족했다. ‘실패한 감독’이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월드컵 선수단장을 맡았던 허정무(59)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이날 동반 사퇴했다. 허 부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 월드컵 부진의 책임은 나와 홍 감독에 돌렸으면 한다”며 물러났다. 홍 감독 재신임 발표 당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질타를 받았던 정몽규(52) 대한축구협회장도 이날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허리를 숙인 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 대표팀 운영, 장기 플랜으로!

축구계는 반년 앞으로 다가온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호주)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마치 월드컵 실패는 아시안컵 우승이면 만회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한 분위기다. 대표팀 운영 계획도 그렇다. 정몽규 회장이 홍명보 감독의 사퇴를 만류한 까닭도 ‘먼 내일’이 아닌 ‘당장’이 급하기 때문이었다.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직을 흔히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한다. 매력적이지만 위험부담도 크다. 월드컵 직후 취임한 감독이 차기 월드컵 본선에 간 경우가 없다. 길지 않은 4년 앞을 내다본 행정이 전혀 없었다는 의미다.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홍 감독의 취임 당시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위업을 일군 영웅에게 계약기간 2년은 짧다. 아예 2018러시아월드컵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랬던 여론은 1년 만에 차갑게 식었고, 홍 감독에게서 등을 돌렸다. 프로 감독들은 지도자가 자신의 색을 입힐 때까지 최소 2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년쯤 돼야 비로소 ‘내 팀’이 된다고 한다. 코칭스태프-선수들이 늘 얼굴을 마주하는 프로팀도 그런데, 어쩌다 3∼4일 손발을 맞추는 대표팀 운영은 훨씬 어렵다. 차기 감독에게는 4년 후를 바라보고 천천히 대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홍 감독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월드컵 예선을 거치지 못해 선수들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틈이 없었던 점을 꼽았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은 우승보다는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전문조직 강화 시급

대표팀을 강화하려면 기술위원회와 국제행정 등 전문조직의 힘을 키워야 한다. 특히 기술위는 가장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목소리를 낼 형편이 아니다. 기술위는 힘이 없다. 지난해 5월 축구협회 조직개편에서 실책이 시작됐다. 황보관 기술위원장(국장)의 월드컵 직함은 기술교육실(실장 최만희) 산하 대표팀 지원팀장이었다. 기술위도 별도 분과위원회에 속하지만, 권한은 없다. ‘유령 조직’, ‘식물위’, ‘거수기’로 비난 받는다. 이렇게 된 원인도 있다. 권한을 준 뒤 책임을 묻는 것이 정상이다. 정몽규 회장은 “기술위를 이른 시일 내 개편하고, 후임 사령탑을 뽑겠다”고 밝혔다. 당연하다. 상대국 분석 실패, 선수 선발 기준 미흡 등 분명 기술위는 역할을 못했다. 다만 이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빵점짜리’ 조직개편을 꾀한 이들에게도 동일한 책임을 묻는 일이다.

한편, 후보 리스트 압축 및 개별 접촉→기술위 개최→집행부 논의 및 결정 등 일련의 절차를 밟아갈 차기 사령탑 후보군으로는 국내외 여러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지도자 중에선 김호곤 전 울산현대 감독, 해외지도자 중에선 지난해 여름 홍 감독 선임 당시 축구협회가 복수로 추천한 헤라르도 마르티노 전 FC바르셀로나 감독 등이 거론된다. ▶홍명보 감독 사퇴 관련기사 2면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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