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부동산 구입 논란 속, 음주가무 회식 동영상 결정타

입력 2014-07-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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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임에서 다시 사퇴로!’ 대한축구협회의 재신임 발표 일주일 만인 10일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홍 감독이 이날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재신임 일주일 만에 입장 바꾼 홍명보…왜?

“훈련기간 땅 구입 의혹 전혀 사실 아니다
선수들 위로하려고 회식했지만…경솔했다
예선 거치지 않아 아는 선수 위주로 선발”

정확히 일주일만이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허정무 부회장을 통해 ‘사퇴 압박’을 받던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재신임을 공식 발표하고, 당초 계약대로 내년 6월까지 지휘봉을 맡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허 부회장은 “이미 두 번에 걸쳐 홍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축구협회는 이 상황이 홍 감독의 개인 사퇴로 매듭지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했다”고 재신임 의지를 드러냈다. 허 부회장의 발표에 계약기간을 채우겠다는 홍 감독의 뜻이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홍 감독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국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그렇다면 홍 감독은 왜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일까?


● 다시 사퇴를 결심한 배경은?

홍명보 감독은 “귀국(6월 30일)하면서 사퇴했다면 비난 등을 다 피해갈 수 있었지만, 이 비난까지 받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귀국 후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 사퇴 결심을 했다”며 뒤늦은 사퇴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아시안컵을 불과) 6개월 남기고 새로운 사람이 와서 팀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사퇴를 한다면 그것 역시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즉,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던 사퇴 카드를 다시 꺼내든 데는 지난 일주일간 벌어진 일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암시한다.

재신임 발표 직후 잇달아 불거진 자신의 ‘부동산 구입’에 따른 논란과 대표팀의 ‘부적절한 회식’ 등이 여론의 질타를 받자 결국 사퇴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 감독은 “훈련 기간에 땅을 구입했다는 의혹 제기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살아온 적이 없다”고 부인한 뒤 귀국 직전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벌인 대표팀 회식 동영상 파문에 대해선 “선수들을 위로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회식을 했는데,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예선을 거치지 않은 감독이어서 힘들었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기간에 여러 면에서 내가 복합적으로 판단했고 결정을 했는데, 그 순간에는 최선의 판단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실패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성적 부진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이어 1년여의 대표팀 사령탑 시절을 되돌아보며 “예선을 거치지 않은 감독이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인 지난해 6월 취임했다. “만약 예선전을 거쳤다면 선수들의 능력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 보니, 팀의 골격을 내가 아는 선수들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의리 엔트리’ 논란에 대해 “그렇게 선수들을 뽑는 감독은 없다”고 부정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속사정을 밝힌 것이다.


● 향후 거취는?

홍명보 감독은 명예회복에 대해 “내 명예는 다른 곳이 아닌 축구에서 얻은 것이다. 그동안 성실하게 임했고, 늘 최선을 다해왔다. 선수도, 코치도, 감독도 했다. 내게는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탤런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시 축구에 대한 부분이다”며 언젠가 다시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선 그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가족에게 돌아가겠다”고 밝힌 홍 감독은 “당장 앞으로 뭘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며 “부족했던 것을 채우기 위해 공부를 더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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