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인권 “자존심 버린 연기,내 인생의 ‘신의 한 수’”

입력 2014-07-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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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인권. 동아닷컴DB

배우 김인권(36)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가 출연한 ‘신의 한 수’는 올해 개봉한 청소년불가영화 중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첫날에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결과를 봤어요. 처음 들어간 거예요. 개봉을 앞두고 많이 걱정했거든요.”

영화의 소재는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내기 바둑’. 게다가 잔인한 묘사와 판타지적 요소가 많다. 누구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의 한 수’는 변신로봇(트랜스포머)과 원숭이(혹성탈출2)의 강세에도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마치 정우성과 안성기 등 굵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꽁수’ 김인권처럼.

“자존심을 버리고 철저하게 조연이 됐어요. 최대한 경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욕심 부리지 않고 리액션을 열심히 했어요.”

그는 인터뷰 내내 “조연도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역할에 욕심을 내기보다 작품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김인권은 “주인공을 몇 번 하고 나니 ‘주인공만 욕심내는 거 아닌가’라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며 “’나와 맞으면 다 한다’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한마디는 작품 속 바둑 하수와 달리 ‘숨은 고수’ 같았다.

배우 김인권. 동아닷컴DB



‘신의 한 수’에는 정우성을 필두로 안성기, 이범수, 안길강, 이범수, 이시영, 최진혁 등 쟁쟁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이 모두 집합한 촬영 현장은 어땠을까.

“배우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있어요. 상승 작용을 위한 긍정적인 기 싸움이죠. ‘신의 한 수’ 때는 최고점이었어요. 엄청난 기가 느껴졌어요. 한 발자국 떼기 힘들 정도로요.”

극 중 김인권은 주님(안성기)을 코믹하게 “지자스”라고 부른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안성기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김인권은 “어려웠다”고 대답했다.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안성기 선생님이 ‘편하게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까불면서 반말로 연기해도 앞에 극존칭 ‘지자스’가 붙으니까 부드럽게 넘어가셨어요.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지자스’는 절대 종교에 대한 조롱이 아닙니다.”

영화에서 김인권은 정우성과도 ‘브로맨스(남자들 간의 친밀한 관계)’ 호흡을 맞춘다. 그는 “투샷으로 잡혀도 밀리지 않더라”는 칭찬에 “내가 오징어가 되진 않던가?”라고 쑥스러워했다.

“정우성 선배는 한국 영화계의 진정한 ‘대마’ 아닙니까. 배우로서 액션을 ‘내 장르’로 두고 있다는 게 부러워요. ‘신의 한 수’에서 선배가 선보이는 액션 수준이 보통 힘든 게 아니잖아요. 저도 육체적으로 힘든 게 있었는데 선배님 보니 ‘힘들다’고 말 못하겠더라고요.”

김인권은 “내가 이것밖에 못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며 “나는 액션 쪽은 멀리하고 코미디로 가야겠다. 집에 코미디 영화 시나리오가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시나리오는 많은데 촬영에 못 들어가는 이유는 티켓파워 문제죠.(웃음) 이번에 ‘신의 한 수’가 잘 되면 꽁수인 저도 티켓파워가 생기겠죠? 그땐 다 죽었어~”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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