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박찬호의 눈물만큼 뜨거웠던 ‘마지막 인사’

입력 2014-07-19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 이스턴리그(삼성, 두산, 롯데, SK)와 웨스턴리그(LG, 넥센, NC, KIA,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전 은퇴식을 치른 박찬호가 시구를 던진 뒤 포수로 나선 김경문 감독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21살의 대한민국 청년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영상은 이런 문구와 함께 시작됐다.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21세의 젊은 박찬호(41)가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전광판을 가득 채웠다. ‘그가 던진 공은 위로가 되었고, 희망이 되었다’는 문구가 이어졌다. 화면 속의 박찬호는 힘차게 강속구를 뿌리고, 삼진을 잡았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이윽고 외야 불펜의 문이 열렸다. 까만색 승합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던 1994년의 어느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불펜을 박차고 나와 마운드로 달려가던 그 날처럼, 설레는 표정의 박찬호가 차에서 내렸다. 지금 그가 입은 건 다저스의 첫 유니폼이 아닌, 한화의 마지막 유니폼이었다.

박찬호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9개 구단 최고의 별들이 한 자리에 모인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은퇴식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코리안 특급’이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공을 던지는 그 순간을 위해, 공주고 선배인 NC 김경문 감독이 포수석에 앉았다. 박찬호가 힘차게 던진 공을 김 감독이 정성껏 받았다. 각각 한국 야구에 큰 획을 그은 선배와 후배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아홉 가지 유니폼을 입은 후배들도 박찬호 곁에 모였다.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뜨거운 헹가래가 이어졌다.

박찬호는 은퇴식의 모든 행사가 끝난 뒤 마이크를 잡았다. “영광스럽고 특별한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2012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는데, 이후 20개월 동안 끊임없이 다시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지금 이 순간도 다시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하다 기어이 울컥하기도 했다.

그러나 쉽게 울지는 않았다. 대신 마지막 순간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그는 “야구장은 내 인생의 학교였다. 야구는 내가 선택한 인생의 과목과도 같고, 야구를 통해 정말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며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삶의 열정과 애정, 사랑, 꿈, 인생의 철학까지 배웠다. 그 분들께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박찬호의 눈물은 결국 가족의 이름과 함께 나왔다. 그는 곁에 있는 아내 박리혜 씨와 두 딸을 바라보면서 “태어나서부터 모든 것을 지켜봐주시고, 야구를 시작한 뒤 30년 넘게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그리고 겸손을 통해 내 삶의 목표와 의식의 질을 높여준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며 끝내 울먹였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다. “앞으로 다시는 공을 던지면서 꿈과 희망에 도전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야구인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 인사와 함께 손을 흔드는 영웅의 머리 위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 박수의 크기만큼이나 박찬호의 눈가도 뜨거워졌다.

광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