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태 신임 심판위원장 부임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장 감독들부터 심판 판정의 공정성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OVO컵 능력 검증 후 전임 심판 결정
심판들 경기·비디오판독 등 연구 몰입
배구공의 기압은? 까다로운 룰 시험도
한여름 한국배구연맹(KOVO)에 뜨거운 공부바람이 불고 있다. 김건태 신임 심판위원장 부임 이후 달라진 변화다.
‘열공’ 분위기는 현장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번 시즌부터 경기운영위원으로 활동할 이경석 전 LIG손해보험 감독. 그는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가 열리는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체크리스트를 들고 경기 마다 심판의 판정을 점검하며 하루를 보낸다. 엄청 진지해 곁에서 말도 붙일 수 없을 정도다. 쉬는 날에도 나와 혼자 비디오판독관련 방송 연습도 한다.
다른 경기운영위원과 심판위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경기가 끝나도 집에 가지 않고 다른 경기를 지켜보며 연구한다. 한때 배구인들의 사랑방으로만 여겨졌던 경기운영위원 사무실도 이제는 출입금지다. VTR판독시설을 아예 그곳에 설치하고 경기를 마친 다음날 오전 일찍 모여서 전날의 비디오판독을 재검토하고 잘못이 있는지, 어떤 부분이 미흡한지를 점검한다.
심판들의 합의판정을 없애고 경기당 2번의 비디오판독기회를 주는 새로운 시스템에서 심판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한마디로 긴장의 연속이지만 훨씬 날카로워졌고 판정이 정확해졌다.
실제로 지난 19일 KOVO컵 개막전으로 벌어진 삼성화재-현대캐피탈전에서는 판정이 완벽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비디오판독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중계했던 방송사에서도 판정에 결점이 하나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20일 대한항공-LIG손해보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관중석에서 매의 눈으로 판정을 지켜본 김건태 새 심판위원장도 “완벽했다”고 자평했다,
한마디로 지금 심판들은 바짝 기합이 들어 있다. 그럴 사정이 있다. 예전이라면 이미 심판 계약을 완료해 전임심판 자리를 확정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새 위원장은 KOVO컵에서 심판의 능력을 파악한 뒤 자리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인정에 이끌려 봐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새로운 심판 후보 교육을 받고 있는 심판아카데미 수강생들도 매일 교육과 실전훈련에 이어 경기장을 지키며 현장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누가 기존의 심판을 제칠지 모른다. 치열한 적자생존의 현장이 한여름에 펼쳐지고 있다.
14일에는 경기운영위원, 삼판위원들이 모두 참가하는 룰 시험도 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문제가 어려웠다. ‘배구공의 기압은 얼마인가’ ‘코트에 쳐 있는 흰색 테두리 띠의 넓이는 얼마인가’ 등 상상도 못할 문제에 오랫동안 현장에서 생활했던 배구인들도 답을 제대로 써내지 못했다.
그 시험 이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룰과 규정을 연구하는 풍토가 됐다. KOVO의 한 관계자는 “이제 경기운영위원으로 오고 싶은 사람은 모두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할 것 같다. 안면으로 자리를 부탁하는 시대는 사라졌다. 모두에게 기회는 있지만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스템이 정착할 것”이라고 했다. KOVO는 지금 변화의 바람이 분다.
안산|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p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