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괴기스러움 보다 인간미 넘쳤던 ‘김준수의 드라큘라’

입력 2014-07-2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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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는 공포와 스릴러에 러브스토리를 가미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드라큘라 백작(김준수 분)이 400년을 기다려 온 연인 미나(정선아 분)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드라큘라’

스릴러+스타+볼거리…한국인 입맛에 딱
매력적인 붉은 머리 드라큘라…여심 공략


공포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어쩐 일인지 드라큘라만큼은 어려서부터 좋아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원작으로 2001년에 탄생한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뮤지컬 팬이 아니더라도 귀에 익숙한 ‘지금 이 순간(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맡았다.

한국은 이번이 초연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배우들인 류정한과 JYJ의 김준수가 드라큘라를 맡아 일찌감치 티켓팅은 ‘피켓팅(피 터지는 티켓팅)’이 되어 버렸다.

드라큘라는 ‘스릴러’, ‘스타 마케팅’, ‘화려한 볼거리’의 삼박자가 착착 리듬을 치는 작품이다. 한국 관객이 선호하는 입맛을 제대로 읽었다. 기본적으로 공포와 스릴러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400년 세월을 뛰어 넘는 판타지적인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도 요즘 관객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 음산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어딘지 애절하고 달콤한 느낌을 주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도 좋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비중이 매우 높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다 주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레미제라블’, ‘노트르담드파리’와는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그런 점에서 각 악기의 다채로운 색채와 화음을 중시하는 교향곡보다는 바이올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협주곡에 가깝다.


● ‘영원한 생명’ 아닌 ‘영원한 사랑’ 절규한 김준수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머리칼에 붉은 눈, 붉은 입술, 붉은 망토를 걸친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쇳물이 터져 나오는 듯한 그의 거칠면서도 나이테가 굵은 목소리는 수백 년을 살아온 악마의 내면을 드러내기에 더 없이 어울리는 도구로 작용한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 얻은 드라큘라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는 온 데 간 데 없다. 김준수는 드라큘라가 왜 인간의 피를 빠는 흡혈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삶도 죽음도 아닌 괴물의 모습으로 400년이라는 지난한 세월을 살아와야 했는지를 피를 토하는 절규와 처절한 몸 언어로 설명한다. 관객들은 드라큘라가 얻고자 한 것이 ‘영원한 생명’이 아닌 ‘영원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2막이 1막보다 좀 더 재밌다. 드라큘라와 반 헬싱(양준모 분) 박사, 동료들과 벌이는 대결신의 박진감은 정말 대단했다. 독립군과 일본 경찰들이 벌이는 ‘영웅’의 추격신을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 하지 않았다. 배트맨의 고담시를 연상하게 하는 고딕풍의 회전무대도 훌륭했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다소 엉성한 느낌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밋밋한 데다 ‘∼해요’체의 남발이 캐릭터의 몰입을 방해했다. 어둡고 음산한 성의 주인인 노괴물이 지나치게 ‘친절’하게 느껴졌다. 김준수가 연기했던 배역에서 느낌을 찾자면 ‘엘리자벳’의 ‘죽음’이 좀 더 드라큘라스러운 어투가 아니었을까.

드라큘라의, 드라큘라에 의한, 드라큘라를 위한 뮤지컬. 그리고 배우 김준수를 또 한 단계 도약하게 만들고 있는 작품.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데 앞에 선 두 여성관객의 대화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김준수를 모르고 살아왔다는 게 너무 후회돼.” “내가 김준수 좋아한다고 했을 땐 이상하다며?” “미안. 아…시준(시아준수)…시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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