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 with TEAM 박지성’의 프로축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박지성이 공격을 하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5만 관중의 ‘위 송 빠레’ 열창에 감동 맺힌 상암벌
장면 하나하나마다 엄청난 탄성과 함성이 쏟아졌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을 향한 축구 팬들의 마지막 이별 선물이었다. 그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 경기를 끝으로 영원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국 축구를 대표해 이날 무대에 참가한 코칭스태프-선수들 모두가 스타였지만 그 중에서도 주인공은 단연 박지성이었다. 일각에서는 한 번도 K리그에서 뛰어보지 않은 이를 위해 프로축구 최고의 이벤트를 치러주는 게 ‘과잉 친절’이 아니냐는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지만, 박지성은 충분히 예우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식전 행사부터 킥오프 이후의 본 행사, 식후 이벤트 대부분이 ‘박지성의’ ‘박지성을 위한’ ‘박지성에 의한’ 팬 서비스였다. 그가 초록 필드를 누빈 내내 높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반 7분 ‘팀 박지성’에서 강수일(포항스틸러스)이 첫 골을 뽑아냈을 때 준비된 세리머니는 주말 예정된 박지성 결혼식 패러디였다. ‘예비 신부’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의 역할을 맡은 건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일군 골키퍼 김병지(전남드래곤즈). 강수일이 득점하자 ‘팀 박지성’ 동료들이 도열한 가운데, 신랑-신부 입장을 하고 부케까지 던져 좌중을 폭소케 했다.
여기에 전반 주심을 맡은 하석주 전남 감독도 ‘박지성 이벤트’에 재미를 준 깨소금 역할을 했다. 딱히 몸싸움이나 터치가 없었음에도 불구, 하 감독은 전반 27분 0-2로 뒤진 ‘팀 K리그’ 코너킥 상황 때 박지성에 결혼 기념 옐로카드를 선물했다. 박지성의 웃음 섞인 항의(?)에 심지어 뒷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시 집어넣어 더욱 큰 웃음을 유발했다. 결국 페널티킥 만회 골. 박지성은 양 팀이 스코어 2-2균형을 이룬 전반 30분 백지훈(울산현대)과 교체 아웃됐다.
하지만 흥행카드의 질주를 여기서 끝내도록 할 수 없는 법. 후반 7분 ‘팀 박지성’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은 김재성(포항스틸러스)을 빼고, 박지성을 다시 투입했다. 본래 공식 축구 경기에서 한 번 빠진 선수가 다시 교체될 수 없지만 이벤트성 경기에 규정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5분 뒤 박지성이 득점을 했고,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겼다.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에 커다란 흰색 수건 속에서 포옹을 하는 장면은 또 다른 재미. 스탠드를 가득 채운 5만여 관중은 박지성의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PSV 아인트호벤 시절 응원가인 ‘위 송 빠레’를 열창해 제2의 인생을 열어젖힐 영웅을 격려했다.
박지성은 27일 서울 시내의 한 특급호텔에서 김 전 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린 뒤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박사학위 도전 등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예정이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