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롯데 서스펜디드게임, 하루 2경기…선수·감독 녹초

입력 2014-08-07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5일 조명탑 고장으로 연기된 경기가 6일 5회초 2사 1루부터 재개됐다. 선수들은 난데없는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대낮경기가 열리자 고충을 토로했다. 6일 두 번째 경기 도중 롯데 유격수 박기혁(왼쪽)이 NC 주자를 아웃시키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NC-롯데 서스펜디드게임 풍경

NC 이겼지만 전력 변칙운영 큰 부담
하루 지나도 조명 52개중 10개 고장
“또 불꺼지는거 아냐” KBO 조마조마


NC-롯데전이 열리는 6일 사직구장. 조명시설 고장으로 2011년 4월 16일 대구 두산-삼성전 이후 3년여 만에 열린 서스펜디드게임을 앞둔 양 팀 감독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아마추어 야구인가?”라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고, NC 김경문 감독은 “투수들을 쓴 상태라 노게임 처리하기에는 또 그렇고…. 선수들이 너무 힘들다”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선수들의 부담도 크다. 2012년 더블헤더 이후 2년 만에 하루에 2게임을 치르게 된 롯데 강민호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장원준 6일 투구 안하고도 패전…사실상 더블헤더 30분 쉬고 “플레이볼!”

오후 4시. 전날에 이어 5회초 2사 1루부터 경기가 재개됐다. 롯데의 수비수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전날 던지던 장원준을 대신해 강영식이 마운드에 섰다. NC는 김종호 대신 권희동을 대타로 내세웠다. 심판의 위치도 전날과 똑같았다. 이날 NC는 서스펜디드게임에서 5회 권희동의 1타점적시2루타와 9회 이호준의 쐐기솔로홈런을 앞세워 3-1로 이겼지만 승패를 떠나 아쉬움이 남았다. 하루에 원종현 이민호 손정욱 손민한 이태양 김진성 등 투수들을 총동원해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롯데도 마찬가지였다. 2번째 경기에서는 4회 결승2점홈런(시즌 17호)과 8회 쐐기1점홈런(시즌 18호)을 친 최준석의 활약에 힘입어 10-4로 이겼으나, 속행경기에서 롯데 장원준이 전날 호투하고도 다음날로 경기가 넘어가는 바람에 패전을 떠안았고, 주중 3연전에 강영식 정대현 등 필승조를 하루에 2번씩 가동해야 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치열한 순위싸움으로 선수들의 심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사실상 2경기를 30분 간격으로 치른 게 데미지가 컸다.


● 조명 사고 원인은 과부하 탓…전등 10여개 여전히 ‘깜깜’

사직구장 조명탑이 꺼진 원인은 무더운 날씨로 인해 전력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일부 선로가 단락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문제가 된 선로를 제거한 뒤 시설을 재가동했지만 문제의 조명탑 전등 52개 중 10여 개가 들어오는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조명이 다 들어오지 않으면 서스펜디드게임만 하고 다음 경기는 취소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반문했고, 김시진 감독도 “선수의 의견이 중요하다. 만약 조명이 어두워 공을 보기 힘들다면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민호도 “불이 꺼졌을 때 투수가 포수를 바라볼 때 어두웠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NC 김태군은 “아무래도 야수들이 힘들 것 같다. 또 타석에서 어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 최준석은 “프로야구인데 조명탑이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경기를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 부산시 시설관리 소홀 또 한번 눈살… 야구인들만 피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각 구장마다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구장 조도를 정해 놨다. 내야 2500룩스(lux) 이상, 외야 2000룩스 이상이다. 불펜 및 실내연습장은 1000룩스 이상이다. 김병주 심판 팀장은 “조명탑의 상태는 알고 있다”며 “만약 경기가 열렸는데 또 조명탑이 문제가 된다면 또 한 번 서스펜디드게임을 선언해야 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KBO와 심판들과 회의중인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귀띔했다.

우려와 달리 경기는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문제가 된 조명탑 전등 10개는 여전히 켜지지 않았지만 경기력에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야구 경기가 시설관리 소홀로 중단되는 일이 또 한 번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직구장 시설관리는 부산시 소관이지만, 그 책임이 오롯이 감독과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한편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잠실 KIA-두산전과 목동 SK-넥센전은 비로 취소됐다.

사직|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