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혁 “장미란 선배 고충 알겠다”

입력 2014-08-21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8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오른쪽)이 6번의 수술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정상 등극을 다짐했다. 20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히고 있다. 태릉선수촌|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강골의 오뚝이’ 사재혁 인천AG 각오

런던올림픽 ‘악몽’ 딛고 전국체전 3관왕
체급 85kg급 도전…체중 늘리기 안간힘
“야식 꼬박 챙겨 먹어도 3∼4kg 안 찌네요”

역도는 신체의 완벽한 밸런스 속에서 파괴적인 힘을 내는 종목이다. 단 한번만 수술대에 올라도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무려 6번이나 수술을 받고도 세계정상권을 지키는 선수가 있다. 역도인들은 그를 ‘오뚝이’라고 한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29·제주도청)이다. 사재혁은 20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서 “다시 한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 6번의 수술…수술기계 망가뜨린 강골의 오뚝이

2001년 무릎, 2003년 어깨(2회), 2005년 손목, …. 사재혁은 4번의 수술을 딛고 베이징올림픽 남자 77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광저우아시안게임이 열렸던 2010년. 상반기의 페이스는 좋았다. 그해 5월 전국남자역도선수권에서 용상 211kg을 들어올렸다. 비공인 세계기록이었다. 이 부문 세계기록은 올레그 페레페체노프(러시아)가 2001년 세운 210kg. 그해 9월 세계선수권과 11월 아시안게임 전망은 밝았다. 그러나 또 부상의 악령이 엄습했다. 6월 어깨수술을 받았고, 결국 11월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고가의 수술기계가 망가진 일화가 있을 정도로 강골인 사재혁은 지겨운 재활을 견뎠다. 마침내 2011세계선수권 동메달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듯했다. 그러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경기 도중 팔꿈치가 탈구되는 부상으로 6번째 수술대에 올랐다. 모두들 “이번엔 끝났다”고 했다. 사재혁은 “당시 경기 화면이 인터넷에 떠돌지만, 지금까지도 보지 않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끔직한 악몽이었다. ‘오뚝이 역사’는 또 다시 일어섰다.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남자 77kg급에서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온갖 설움 속에서 이 악물고 독하게 운동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보란 듯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 새로운 체급 도전…쉽지 않은 체중 늘리기

사재혁은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체중감량의 부담을 덜고, 또 다른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체급을 85kg급으로 올렸다. 6월 역도선수권에선 85kg급에서도 3관왕에 오르며 국내무대에선 적수가 없음을 확인했다.

77kg급에서 뛸 당시 사재혁의 평소 체중은 약 80kg. 3kg 정도를 감량하고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85kg급으로 올린 뒤에는 “먹어도, 먹어도” 82kg 수준이다. 정상적인 85kg급 선수들이 보통 3∼4kg을 감량하고 출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힘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다. 식사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야식까지 꼬박꼬박 챙겨먹지만 ‘체중 불리기’는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사재혁은 “이제야 장미란(31·장미란재단 이사장) 선수의 고충을 알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여자 역도 최중량급(+75kg) 선수였던 장미란도 선수시절 약 118kg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역도대표팀 이형근 총감독은 “체급을 올려서 적응하기 위해선 약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같은 성미의 사재혁은 당장에라도 승부를 보고 싶어 한다. 그는 “국내무대에선 내가 살아있음을 알렸으니, 이제 국제무대에서도 나를 보여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태릉선수촌|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