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에서 ‘명량’까지…1000만 영화 제작자들이 풀어낼 10년의 궤적

입력 2014-08-28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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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괴물’-‘도둑들’-‘해운대’-‘왕의 남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강제규필름·청어람·케이퍼필름·JK필름·시네마서비스

영화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괴물’-‘도둑들’-‘해운대’-‘왕의 남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강제규필름·청어람·케이퍼필름·JK필름·시네마서비스

■ 1000만 신화엔 역사가 숨쉰다


10년간 10편…다양한 변화 속 역사성 반영
콘텐츠 강국 한국, 해외에 소개하는 의미도
흥행 이면에 독과점·스크린 싹쓸이 등 숙제


10월8일 부산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2004년 ‘실미도’가 한국 영화사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10년이 지난 최근 ‘명량’까지 모두 10편에 이르는 ‘1000만 영화’의 제작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10월2일 개막하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5일부터 8일까지 아시아필름마켓이 열리는 가운데 그 부대행사의 하나로 마련되는 ‘천만영화를 통해 바라본 한국영화 제작의 현실과 전망’(천만제작자포럼)이 무대다.

이들이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1000만 영화 탄생 과정에 얽힌 뒷이야기부터 한국 영화산업의 다양한 시스템 변화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갈 것이다. 그 보따리 속을 미리 살펴보는 것은 ‘1000만 영화 10년사’의 작은 기록이기도 하다.


● “1000만 영화 역사성의 의미를”

이번 천만제작자포럼에서는 첫 1000만 영화인 ‘실미도’의 연출자이자 제작사 시네마서비스를 이끈 강우석 감독과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필름을 설립해 지휘한 강제규 감독, ‘왕의 남자’의 제작사 씨네월드의 이준익 감독, ‘괴물’의 제작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 등이 자리에 앉는다. 또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JK필름)·‘광해, 왕이 된 남자’의 원동연(리얼라이즈픽쳐스)·‘7번방의 선물’ 김민기(화인웍스)·‘변호인’ 최재원(위더스필름) 대표도 함께한다. 물론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인 ‘명량’의 제작자(빅스톤픽쳐스)인 김한민 감독도 참여한다.

이번 포럼을 기획한 아시아필름마켓 채수진 전문위원은 “10년 동안 10편의 1000만 영화가 등장한 역사적 흐름은 너무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그 흐름 안에서 다양하게 변화한 현재의 모습까지 포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강국으로서 한국의 영화 제작자(혹은 프로듀서)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이들을 다시 소개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광해’-‘7번방의 선물’-‘명량’-‘변호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화인웍스·빅스톤픽쳐스·위더스필름

영화 ‘광해’-‘7번방의 선물’-‘명량’-‘변호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화인웍스·빅스톤픽쳐스·위더스필름



● ‘실미도’부터 ‘명량’까지…그 10년의 궤적

채 전문위원이 밝힌 이 같은 기획의도는 1000만 영화의 10년사를 함축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 역사적 흐름은 한국영화의 성장과 발전, 고질적인 여러 문제점과 여전히 풀리지 않는 논쟁거리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새롭게 충무로에 진입한 영화 인력과 이들이 참신한 기획과 높은 완성도로 빚어낸 한국영화의 새로운 중흥은 1000만 영화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또 경제성장에 따른 높아진 문화적 소비욕구 등에 힘입은 멀티플렉스의 확산, 동시에 더욱 수월해진 영화 관람의 기회, 늘어난 관람횟수 등 환경의 변화도 대박 영화의 밑거름이 됐다. 이 같은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수준도 월등히 높아지면서 한국영화는 해외 시장의 시선을 모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둬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흥행 기록을 세우기 위한 과도한 상영관 유지, 개봉 초반 상영관을 독과점하는 ‘스크린 싹쓸이’ 등 논란도 컸다. 당연히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심각한 고민이 공유됐다. 대박의 그림자에 가려진 현장 스태프의 궁핍한 현실도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때마다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가 계속 제기됐고 논란도 잇달았다.

아마도 부산에서 열릴 천만제작자포럼에서도 똑같은 논란거리가 등장할지 모른다. 채 전문위원은 “그런 논쟁거리에 관한 내용도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떠오르지 않겠느냐”면서 “1000만 영화의 10년사에서 일정한 흐름의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1000만 영화의 등장과 환경 및 시스템의 변화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던 지난 10년. 이후 앞으로 새로운 1000만 영화의 등장까지 꾸준히 이어질 그 흐름의 변화를 주시하는 건 한국영화의 새로운 전망과 발전의 물길을 터나가는 일이라고 충무로 사람들은 말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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