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건창-정수빈(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서건창의 도플갱어 정수빈
타격폼 수정 후 11경기서 타율 0.389
“최고 톱타자의 폼 체험해보고 싶었다”
도플갱어.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한다.
최근 두산 정수빈(24)과 넥센 서건창(25)의 모습을 보면 도플갱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사연은 이렇다. 정수빈은 8월 중순부터 타격폼에 변화를 줬다. 타자가 시즌 중에 타격폼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는 획기적으로 변화를 줬다. 그 롤모델이 바로 서건창이다.
서건창의 타법은 독특하다. 양쪽 무릎이 거의 맞닿을 정도로 다리를 최대한 모은 채 타석에 선다. 타격 시 스트라이드는 순간적으로 넓히지만 방망이를 잡은 두 팔을 왼쪽 옆구리 쪽에 붙였다가 그대로 휘두른다. 테이크백은 거의 없다. 덕분에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은 있지만 따라하기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정수빈은 서건창의 폼을 그대로 따라했다. 효과도 확실하다. 데뷔 첫 만루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7타점을 올린 19일 문학 SK전부터 11경기에서 타율 0.389(36타수 14안타), 7득점. 9타점을 기록했다. 3일까지 시즌 타율이 0.288, 66득점, 40타점인 것을 감안하면 바뀐 타격폼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수빈은 “잘 치는 타자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서건창의) 타격폼을 따라해 보면서 체감해보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수빈이 벤치마킹 상대로 서건창을 선택한 건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톱타자이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3일까지 타율 0.366으로 타격 2위, 170안타로 최다안타 1위, 111득점으로 득점 1위, 42도루로 도루 2위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서건창은 자신의 타격폼을 따라하는 정수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만약 고등학생이나 1, 2년차 신인선수들이 따라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정)수빈이는 나보다 경험도 많고 프로생활을 더 한 선수 아닌가. 아마도 자신의 타격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내 타격폼이 ‘이렇게 하면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나에 맞게 가장 어울리는 폼을 찾아냈을 뿐이고, 그게 잘 되고 있을 뿐이다. 수빈이가 따라한다니까 기분이 좋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서건창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대개 타자들은 잘 치는 타자들을 보면서 연구하고 배운다. 정수빈의 서건창 따라하기는 그만큼 높아진 그의 입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리그 최고의 2루수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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