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선 히잡 불허 “우리도 뛰고 싶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농구 경기가 열린 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 내 체육관. 이날 2번째 경기였던 여자농구 예선 카타르-몽골전은 예정된 오후 4시15분을 넘어서도 시작되지 않았다. 코트 위에선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대회 본부는 경기 시작을 허용하지 않았다. 카타르선수들의 히잡이 문제였다. 이날은 카타르여자농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첫 경기를 치르는 날이었다.
히잡은 무슬림 여성들이 종교적 이유로 외출 시 착용하는 복장이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상 히잡을 착용하고는 경기를 치를 수 없다. 몸싸움이 많은 종목의 특성 때문이다. 결국 카타르측이 “히잡을 벗고는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해 결국 몽골의 몰수게임 승리(20-0)가 선언됐다. 그러나 카타르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결과를 예상하고 경기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카타르올림픽위원회 관계자인 알 마나 아흘람 살렘은 “우리 선수들은 종교적 이유로 항상 히잡을 쓸 수밖에 없다. 사전에 FIBA 규정을 숙지하고 있어 경기 자체가 힘들다는 것은 알았다”며 “하지만 우리의 의지를 전달하고 싶어 경기장에 나왔다. 그들도 운동선수이고, 국제무대에 서고 싶어 한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다른 종목에선 히잡 착용이 허용되는데, 농구에선 여전히 규정이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겠다. 이러한 노력이 널리 알려져 FIBA가 우리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주길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성|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