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내 인기 감소…경기장 규모도 점차 축소
“세팍타크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 포상금 3420만원을 드립니다.”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세팍타크로 종주국 태국의 이야기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눈물겹다.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려고 몸부림치지만 그 이상의 발전은 생각할 수 없어 거액의 당근까지 내건 태국의 불편한 현실이다.
세팍타크로는 한국인에게 무척이나 낯설다. 규격화된 배드민턴 코트에 볼을 떨어트리지 않고 상대 코트로 넘기는 경기다. 롤링 스파이크나 시저스킥 같은 화려한 기술들이 거푸 쏟아져 나오면서 마치 무협 영화를 보는 짜릿한 재미가 있다. 말레이시아어로 ‘차다’라는 뜻의 세팍과 태국어로 공을 뜻하는 ‘타크로’가 붙어 지어진 이름이다. 어원 그대로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종주국을 놓고 입씨름을 벌인다. 최근엔 미얀마까지 가세해 종주국 논란은 더욱 거세진 형국이다. 뉴욕타임즈는 “가장 아시아인다운 스포츠 중에 하나다”고 손꼽았지만 어찌됐든 그것은 서구의 아시아 환상이 빗어낸 표현이다.
태국은 세팍타크로에 목숨을 걸었다. 나라의 국기인 만큼 대중적 관심이 대단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3인제 경기인 레구와 팀 경기(레구를 3차례 치르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태국 정부는 세팍타크로 선수들에게 금메달 획득 시 100만 바트, 우리 돈으로 약 3420만원의 포상금을 약속했다. 더블 종목에 출전하지 않은 태국 선수들은 상대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며 여유를 뽐냈다. 24일 남녀 팀 경기에서 나란히 승리하며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동메달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포상금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세팍타크로 종주국임을 자처하며 세계 세팍타크로를 이끌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자국 인기에 취해 국내외 마케팅에 신경 쓰지 않았고, 그 인기가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태국에서 최고 인기 종목이었던 세팍타크로는 축구와 배구에게 그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이 축구와 배구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어 거듭된 추락이 불가피하다. 국내·외 대회를 치르는 경기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일례다. 웃지 못 할 촌극도 있었다. 한국 남자대표팀이 태국에서 열린 2012세계선수권대회(킹스컵) 더블과 레구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자국내 언론을 통제하기도 했다. 국내의 한 세팍타크로인은 “한국에서 비인기종목의 설움도 큰데, 종주국에서마저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태국이 세팍타크로를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인천|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