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와 천관위의 국경없는 우정

입력 2014-09-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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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강정호. 스포츠동아DB

국가대항전은 사생결단의 한 판이 벌어진다.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절대 질 수 없다’는 각오로 사력을 다해 뛴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야구’라는 공통분모로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키워 나간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만난 강정호(27·넥센)와 천관위(24·요코하마)도 그랬다. 강정호는 24일 대만전에서 1회 승부를 결정짓는 3점홈런을 쳐냈다. 결과는 한국의 10-0, 8회 콜드게임 승. 결승전에서 한국을 만나야하는 대만으로서는 내상이 컸다.

천관위는 한국에 대패했지만 믹스트존에서 강정호를 보자마자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장난을 치며 웃어보였다. 강정호도 싫지 않은 듯 미소로 화답했다. 이유가 있다. 강정호는 “광저우(아시안게임·2010년) 때 천관위한테서 홈런을 쳤다. 근데 이번에 삼진을 당했다”며 둘의 인연을 소개했다.

광저우뿐만이 아니었다. 강정호는 올해 2월1일부터 18일까지 요코하마 스프링캠프에서 초청선수로 훈련을 한 바 있다. 당시 요코하마 2군에 있던 천관위와 마주할 시간이 있었다. 강정호는 “스프링캠프 때 천관위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공이 많이 좋아졌다”며 칭찬했고, 천관위는 “스프링캠프 때 경기가 있어서 강정호와 만났다. 그때 친절하게 대해줬다. 오늘(24일)도 경기 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역시 좋은 타자다. 한국야구가 레벨이 높고 힘이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다면 “꼭 이기겠다”는 필승의지를 다졌지만, 덕아웃 뒤에서는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며 웃을 수 있는 남다른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LG 이진영(34)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만난 후지카와 규지(34·시카고 컵스)를 잠실구장에서 다시 마주했을 때 서로 반갑게 인사한 적이 있다. 당시 후지카와는 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2-1로 맞선 7회 이진영에게 동점적시타를 맞고 강판된 아픔이 있었지만, 유니폼을 벗고 만난 이진영은 적수가 아닌 그저 함께 야구를 하는 동지였던 것이다. 국가대표를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득이다.

목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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