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와 한국 태권도의 위기

입력 2014-10-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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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강화 고인돌체육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53kg 결승경기에서 한국 윤정연이 대만 후앙윈원에게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걸고 아쉬워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머리공격 등 판독 어렵고 오심 경기방해 잦아
한국, 인천AG 태권도 종목 첫 날 노골드 수모


“전자호구? 이름만 그렇지 반자동이잖아요.”

태권도 관계자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볼멘소리를 했다. 전자호구가 경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판단과 그 실효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태권도는 전자호구를 착용하면서도 판독이 어려운 머리 공격 등은 부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비디오판독도 도입됐다.

태권도 전자호구의 등장은 ‘고육지책’이었다. 2008베이징올림픽 이후 지나친 수비 중심과 그에 따른 인기 저하 논란 등이 겹쳤다. 8체급에서 4명이 출전했던 한국선수들이 모두 금메달을 따면서 ‘종주국’ 한국을 견제하려는 심리도 강했다. 그 결과 태권도는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했고, 지금의 전자호구와 팔각경기장이 새롭게 도입됐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적극적인 공격을 유도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대표팀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4, 은4, 동4개에 그쳤다. 태권도 종목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태국, 이란, 대만에게 제동이 걸렸다. 부진에 대한 다양한 얘기가 흘러나왔고, 대표팀이 사용했던 KP&P와 대회 공식업체였던 스페인 대도 라저스트의 미세한 차이도 있었다. 두 업체의 전자호구는 세계태권도연맹이 인증한 공식 장비다. 한국의 부진에 외국태권도 관계자는 전자호구를 더욱 확신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견제 심리만 강했을 뿐, 기술적인 발전은 미치지 못했다. 전자호구에 발이나 주먹이 닿으면 득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벼운 기술들이 두드러졌다. 일례로 앞발을 들고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거나 몸통을 때리는 단순한 기술이 거푸 이어지면서 재미를 반감시켰고, 경기 흐름을 방해했다. 오심도 잦아졌다. 출전 기회가 적은 외국 심판들의 눈은 오심논란을 불러왔다. 인천아시안게임 태권도 대회 첫날인 30일 경기에서 전자호구는 기술이 가질 수 있는 수준까지만 제 역할을 했다.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머리공격과 판정이의는 모두 심판의 몫이었다. 2016리우올림픽부터 헤드기어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기술적 진보는 요원한 듯 하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노 골드’ 부진에 그쳤다. 53kg급의 윤정연이 결승에서 대만의 후앙 윤 웬에게 2-4로 지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남자부 74kg급 송영건과 87kg급의 신영래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강화|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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