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연민정’ 악행, 살인충동까지 느껴” (인터뷰)

입력 2014-10-11 14: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참신한 결말, 결코 뻔하지 않다”
●“‘왔다! 장보리’ 연기 인생의 전환점”


주말 오후 8시 45분이 다가오면 TV 앞이 시끌벅적하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MBC 인기 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두고 남녀노소 모두가 결말에 주목하고 있다.

드라마는 친딸 장보리(오연서 분)와 양딸(이유리 분)이라는 신분의 뒤바뀜으로, 극도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두 딸과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지훈은 극 중 연신 “보리보리”를 외치는 일편단심 팔불출 ‘찌끄레기’검사 이재화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시청률 30%를 훌쩍 넘은 인기에 김지훈은 “대박날 줄 몰랐다. 요즘 초딩들 사이에서 ‘찌끄레기 아저씨’로 통한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간 반듯하고 무거운 역할만 했기 때문에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선택했죠. 사실 제 실제 성격은 유치한 면도 있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짐 캐리, 주성치의 연기를 좋아해서 코미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즐기면서 연기했다”는 김지훈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이야기 하던 중 보리의 새엄마 도 씨(황영희 분)와의 한 장면을 기자 앞에서 신이 난 듯 연기했다.

“도 씨와 재화가 붙으면 연기 호흡이 착착 붙어요. 장모이기도 한 도 씨가 재화의 집 파출부로 일을 하는데, 재화보다 친딸 연민정의 남편인 재희(오창석 분)를 더 챙겨주죠. 샘이 난 재화가 도 씨가 재희에게 준 즙을 빼앗아 먹고 ‘건강해지는 느낌, 내일도 부탁해요~’(이덕화 버전)라고 말하는 장면은 대부분 애드립이에요. 대본의 부족한 2%를 제가 채워서 잘 살렸을 때, 뿌듯함을 느끼죠.”

‘왔다! 장보리’가 큰 사랑을 받은 데에는 진중함과 콩트 같은 영역을 넘나들며 시청자들과 밀당하는 대본과 이를 뒷받침하는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큰 역할을 한다.

특히, 갈수록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치닫는 연민정(이유리 분)의 악행은 선과 악을 분명하게 하면서 극을 이끈다. 이유리와 2002년 드라마 ‘러빙유’ 이후 12년 만에 만난 김지훈은 혀를 내둘렀다.

“(이유리는) 워낙 열심히 하는 타입인데, 갈수록 즐기기까지 하니까 연민정을 죽여버리고 싶더라고요. 정말 살인충동을 느낄 정도로 밉더라고요. 연민정과 붙는 장면을 촬영할 땐 가만히 대본대로만은 못하겠더라고요. 대본에는 없는, 연민정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는 격한 동작들을 취하기도 했어요.”

실제 야외 촬영 중 지나가는 시민이 이유리에게 욕을 하는 돌발상황도 벌어진 바 있다. 얼마나 얄미운지 촬영장에서는 출연배우들끼리 ‘연민정 가만 안두겠어’라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고. 이유리의 실제 성격에 대해 “유부녀인데도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같아요. 엄청 귀여워요”라고 귀띔했다.

시청자의 홧병을 불러일으키는 ‘암유발자’ 연민정이지만, 밑도끝도 없이 착한 보리-재화 부부의 모습에 시청자는 더 속이 터진다.

“배우로서도 대본을 보며 답답하고 허탈한 적도 있죠. 하지만 애초 우리 드라마는 주인공이 손에 피를 묻히는 독한드라마보다는 따뜻하고 건강한 드라마를 지향했어요.”

최근 종방연을 마친 그에게 모두가 궁금해 하는 결말에 대해 묻자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었다.

“‘암유발자’ 연민정이 암에 걸리진 않아요. 뻔한 결말은 결코 아닙니다. 사람들의 기대를 적당히 아우르면서도 참신한 결말이예요. 스포 한번 더 할까요? 안돼안돼. 연민정도 나름의 행복을 찾게 되고, 모두가 각자의 행복을 찾게 되는 결말.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배우 김지훈에게 ‘왔다! 장보리’는 어떤 작품이었을까.

“12년 연기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작품이에요. 배우 김지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이번엔 밝고 가벼운 역이었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차갑고 어두운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요.”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제공| 매니지먼트 구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