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오재영. 스포츠동아DB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넥센 좌완투수 오재영(29)은 팀 내에서 한국시리즈를 경험해 본 유일한 투수다. 선수단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주장 이택근(34)과 함께 단 둘뿐이다. 오재영은 2004년 현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등판해 당당히 승리투수가 됐다. 그해 신인왕의 영예도 거머쥐었다. 그 후 10년. 오재영이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기까지 딱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갓 입단한 팀의 막내가 아닌, 팀 투수진을 이끌어야 할 고참 투수로 성장했다.
오재영은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나도 기사들을 보고 나와 이택근 형만이 한국시리즈 경험자라는 걸 알게 됐다”며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고 했다. 그가 들려주고 싶었던 내용은 이렇다. “내가 신인 때 한국시리즈를 경험해 보고, 다시 여기에 오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그만큼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것 자체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우승의 기회는 왔을 때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한국시리즈의 간절함을 잘 알고 있는 오재영이다. 실제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중책을 맡았다. 홈구장 목동에서 처음 열리게 될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로 내정됐다. 어깨가 무겁고, 그만큼 책임감도 생긴다. 오재영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와서 그런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크게 긴장되지는 않는다. 그저 아웃카운트를 하나씩 잡으면서 내 몫을 한다는 생각으로 던지겠다”고 했다.
오재영의 올해 삼성전 성적은 2경기에서 1패뿐. 그 가운데 한 경기에서 0.2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탓에 방어율이 27.00까지 치솟았다. 눈에 보이는 수치만으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오재영은 “그런 건 상관없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시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 삼성을 만나 한번에 무너졌을 뿐이다. 어떻게 던져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일 때였다”며 “지금은 내가 그때와 많이 다르다.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내 공을 던지면 될 뿐”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늘 든든한 팀 동료들이 오재영의 뒤에 있다. 혼자 싸우는 한국시리즈가 아니다. 오재영은 “우리 선수들은 쉽게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상대에 끌려가지 않는다. 다들 담담하게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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