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동해오픈 공동 2위… 김봉섭·문경준의 ‘우정’

입력 2014-11-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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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섭-문경준(오른쪽). 사진제공|KPGA

타 종목 출신·늦깍이 프로 데뷔 ‘닮은꼴’
아쉬운 준우승…“내년엔 함께 우승하자”

“(문)경준이 형이 먼저 우승하면 좋겠다.”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30회 신한동해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른 김봉섭(31·ZOTAC)과 문경준(32·휴셈). 우승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아쉬움보다는 행복한 미소로 가득했다. 둘은 나란히 8언더파 280타를 치며 공동 2위에 올랐다. 김봉섭은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고, 문경준은 프로 2번째 준우승이었다.

둘에게는 닮은 점이 많다. 김봉섭은 고교 2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로 뛰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골프를 배웠다. 2년 반 만에 세미프로에 합격했고 2008년부터 KPGA 투어에 합류해 프로골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문경준은 이보다 더 늦게 골프를 시작했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선수로 활동했고,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골프를 배우면서 새로 인연을 맺었다. 프로골퍼가 된 때는 2007년이다.

공통점이 많아서인지 둘은 단짝이다. 홍창규(33), 최이삭(34)과 함께 4명이 찰떡처럼 붙어 다닌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4명이 팀을 이뤄 함께 뭉쳐 다닌다. 우정을 나누면서 지내온 시간은 벌써 7년이나 된다.

4명 중 막내인 김봉섭의 성적이 가장 부진했다. 올해는 대기 시드로 투어에 합류했고, 상반기가 끝났을 때 겨우 하반기 시드를 얻었다. 김봉섭은 “올해 목표는 시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20위로 끝냈다. 상금도 1억2000만원이나 벌었다. 지금까지 골프를 해서 2억원 정도 벌었는데, 절반 이상을 올해 벌었다. 내 골프인생 최고의 해가 됐다”며 좋아했다.

김봉섭은 지난해 큰 아픔을 겪었다. 2013년 1월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방황했다. 이때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이 7년 동안 함께해온 형들이다. 김봉섭은 자신을 이끌어준 형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함께 하다보니 친형보다 더 의지하게 됐다. 형들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아직도 바닥에서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 특히 경준이 형 덕분에 올해 이렇게 큰 성장을 이루게 됐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김봉섭은 버디를 할 때마다 독특한 세리머니를 한다. 오른손을 입술에 댔다가 검지를 펴 하늘을 향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작년 1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축구선수를 할 때부터 어머니가 늘 지켜봐주셨고 함께하셨는데, 이제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세리머니는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향한 나의 마음이다”며 숨은 의미를 털어놓았다.

신한동해오픈은 김봉섭과 문경준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서로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문경준은 공동 2위로 끝낸 동생이 대견한지 “정말 잘했다. 축하한다”며 어깨를 다독였고, 김봉섭은 아쉽게 우승을 놓친 형에게 “너무 아쉽다. 내년에는 꼭 우승하자”며 진심으로 응원했다. 문경준도 동생의 응원에 “내년에 함께 우승해 크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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