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김경문·조범현…40대 감독 기수들, 10년만에 다시 붙는다

입력 2014-11-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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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감독-김경문 감독-조범현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03년 SK 조범현감독 준우승 후 세대교체
양상문·김경문감독, 자신만의 야구로 활약
스승 한화 김성근 감독과 사제 대결도 관심

2003∼2004년 한국프로야구는 40대 초반 감독들이 대거 지휘봉을 잡는 ‘40대 기수론’이 큰 바람을 일으켰다. 정치권에서 종종 등장하는 말이지만 현실정치의 축소판과도 같은 프로야구에서도 40대 초반 감독은 파격적인 실험이었다. 특히 당시 등장한 젊은 감독들은 실업야구나 일본프로야구 아닌 한국프로야구의 1세대 출신이라는데 의미가 컸다. 40대 초반으로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그 주인공들이 10여년 만에 50대 중반, 중후한 매력을 내뿜는 중견 감독이 되어 2015시즌 격돌한다.


● 40대 감독 열풍의 실질적 출발점은 조범현 감독

2000년대 초 40대 초반 감독 바람의 첫 출발은 2001년 김성한 감독이었다. 만 43세로 KIA 사령탑에 오르며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에 은퇴 후 코치를 맡아 차기 감독으로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큰 반향은 없었다. 앞서 1995년 김재박 감독이 만 41세로 현대 지휘봉을 잡았지만 리그 전체에 큰 흐름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40대 감독 열풍의 실질적인 시작은 조범현 현 kt 감독이다. 2002년 시즌 종료 후 SK는 조범현 삼성 배터리 코치를 제2대 감독으로 발표했다. 1960년생인 조 감독은 당시 만 42세였다. 전신 쌍방울에서 명코치로 이름을 날렸지만 팀과 특별한 연고가 없던 40대 초반 감독의 선임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포수출신 조 감독은 전문적인 전력분석팀을 가동하고 데이터에 기본을 두는 확률 높은 작전과 선수기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해 가을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와 7차전 끝에 준우승하며 SK에 남아있던 약체 쌍방울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는데 성공했다.

한국프로야구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고 이종남 기자는 저서 ‘인천야구 이야기’에서 ‘조범현 감독의 성공 이후 각 구단은 어디에 저런 참신한 인재가 숨어있었냐고 감탄하며 새 얼굴 찾기에 분주했다’고 당시 상황을 그렸다.


● 50대에 다시 만난 ‘40대 기수’

조 감독의 성공으로 각 구단에는 감독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만 41세였던 선동열 전 KIA감독에 대한 구애가 시작됐고 1세대 감독들의 퇴장이 이어졌다.

2003년 10월 롯데는 양상문(42·이상 2003년 당시 나이), LG는 이순철(42) 감독을 선임했고 두산은 김경문(45) 감독을 택했다. 40대 감독들이 대거 팀을 맡은 2004시즌 당시 8개 구단 중 삼성 김응룡(63), 김재박(50)감독을 제외하면 6개 팀 사령탑이 40대였다. 이후 김경문 감독은 두산에서 자신만의 선 굵은 야구를 펼치며 10년 이상 강팀을 이끌었고 올해 NC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성공했다. 양상문 감독은 2005년 암흑기였던 롯데를 5위로 끌어올렸지만 낙마했고 올해 LG 사령탑에 올라 최하위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적 같은 레이스를 연출했다.

2015년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kt가 1군에 데뷔하며 10여 년 전 40대 기수의 선두에 섰던 3명의 감독은 50대 중반 나이로 다시 그라운드에서 격돌한다. 조범현, 김경문 감독은 나이차가 두 살이지만 학번이 같은 동기다. 양상문 감독은 김경문 감독과 학창시절 배터리를 이뤘던 깊은 인연이 있다.

조범현 감독은 올해 사석에서 종종 “김경문 감독이 신생팀을 맡아 워낙 뛰어난 지도력을 보여줬다. 항상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난 못해본 우승까지 한 감독이다”는 짧은 말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10년이 흘러 이제 감독자회의 자리도 말석에서 상석으로 바뀌었지만 3명의 감독은 프로에서 모두 감독과 선수 관계였던 김성근(72) 한화 신임 감독과 승부도 앞두고 있다. 패기에 이어 노련함의 경쟁, 그리고 청출어람에 도전하는 노 감독과의 대결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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