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봄’ 박용우 “제2의 사춘기, 두렵고 무서웠다”

입력 2014-11-29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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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는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좋지만 두렵기도 하다”며 “그래서 멜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제일 싫어하면서도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장르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영화 ‘봄’을 찍은 후였어요. 고민 끝에 행복을 찾았죠.”

배우 박용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터널 끝에서 막 빛을 본 사람처럼 밝았다. 지난 1년 반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해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이 끝나고 어느날 고민에 빠졌어요. 갑자기 두렵고 무섭고 세상이 끝날 것 같은 기분인 거예요. 고민할수록 욕창 같이 몸에서 두드러기가 나고 대상포진이 퍼졌어요. 무기력증까지 와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였죠.”

뒤늦게 찾아온 슬럼프였다. 박용우는 “그동안 나 자신에게 핑계를 많이 대면서 살아 왔더라”며 “사람들에게는 심사숙고하면서 사는 사람처럼 얘기했지만 돌이켜보니 진심으로 내 인생에 대해 고민한 시기가 별로 없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 때 영화 ‘봄’을 만났다. ‘봄’은 병에 걸린 조각가 준구(박용우)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준구는 아내 정숙(김서형)의 제안으로 민경(이유영)을 모델로 한 작품을 만들면서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다.

박용우는 “시나리오 속 준구는 절망적이고 어두운 감정을 겪는 인물”이라면서 “그때 당시 나의 심정과 많이 닮아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 배우가 ‘박용우가 눈을 안 마주쳐서 연기할 때 힘들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몰입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온전히 준구로 살았던 지난해 여름. 준구가 흙덩이를 하나둘 덧붙여 작품을 완성했듯 박용우도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갔다. 고민은 연기 건강 행복 그리고 사랑 등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촬영 기간은 ‘박용우’를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촬영이 끝난 후에 깨우쳤어요. 답은 아주 간단했어요. 저는 이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선택을 안 했을 뿐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선택하기 시작했죠.”

실천 동기는 행복이었다. 박용우는 “무언가를 해내면 행복해질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읽고 드럼을 연습하며 스스로에게 집중했다. 독학하다 전문가에게 강습을 받으니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성취감은 자신감으로 돌아와 박용우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문득 ‘브래드 피트 같은 몸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운동을 했어요. 사람들이 ‘영화 준비하나 봐요’라고 물을 정도로요. 그렇게 원하던 몸을 만드니까 신기하더라고요. 생각이 실제로 이뤄진 거예요.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운동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최근에는 스스로를 위한 투자를 더 늘렸다. 박용우는 “피부 관리와 두피 마사지도 받고 있다. 조만간 얼굴 경락도 받고 척추 교정도 할 계획”이라며 “하는 게 너무 많아서 시간 배분을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행복한 ‘스스로’와 마주한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제2의 사춘기를 보낸 듯 긍정적인 박용우로 거듭날 수 있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과거의 저는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었어요. 이제는 저를 믿고 작품도 단순하게 접근하려고요. 흥행이나 상대역 같은 외적인 것보다 역할과 표현 같이 내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거예요. 주위 사람들과 의견이 다르면 설득해야죠. 말발이 많이 늘어서 자신 있어요.”(웃음)

박용우는 “내가 즐기면서 연기하면 어두운 역이든 밝은 역이든 사람들도 진심으로 느낄 것”이라며 “앞으로의 배우 박용우를 기대해 달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기자가 아닌 한 남자로서 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내 사랑 나비 부인’과 ‘봄’ 등 최근 출연작에서 줄곧 유부남을 연기한 그에게 작품이 아닌 실제 결혼 계획을 물었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결혼을 위한 사랑은 싫더라고요. 결혼 상대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대화가 잘 통하고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이라면 빨리 결혼하고 싶겠죠. 경험상 평생 만나도 모르는 건데 ‘어떤 사람인지 확인한 후에 결혼 하겠다’는 건 의미 없다고 봐요. 구체적인 확신만 생기면 믿고 결혼까지 가야죠. 그게 언제인지 저도 궁금하네요.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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