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발표한 ‘위아래’ 춤 동영상이 온라인을 달구면서 새삼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룹 EXID. 이들은 이번 주말 지상파 방송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해 진가를 발휘할 기세다. 사진제공|예당엔터테인먼트
데뷔 싱글 내고 두 달 만에 멤버 세 명 떠나
‘위아래’ 발표까지도 1년10개월 우여곡절
‘매일 밤’ ‘후즈 댓 걸’까지도 차트 재진입
“다음 음반은 완성도 있게…톱10 올랐으면”
“몰래카메라에 당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다. 8월 발표 당시 70위권에 잠깐 머물렀다 사라진 ‘위아래’가 3개월 만에 다시 음원차트에 진입해 엠넷닷컴 실시간 차트 1위까지 찍는 ‘차트 역주행’, 코믹이 아닌 섹시코드로 일으킨 온라인 열풍, 이런 신드롬 속에 다시 방송 활동까지 하게 된 ‘강제컴백’까지. 그룹 EXID(솔지·LE·하니·혜린·정화)는 11월 중순부터 “몰래카메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갑작스런 방송 출연 결정으로 ‘지상파 버전’ 안무 준비에 여념이 없는 EXID를 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이들은 “실감이 안 난다. 이렇게 가요계 초유의 일의 주인공이 된 게 신기하다. 음원차트를 보고 있으면 얼떨떨하다”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웃프다”고도 했다. 세간의 주목받는 일엔 웃음이 나오지만, 그 계기의 엉뚱함은 다소 허탈하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EXID는 “우여곡절 많았기에” 이 상황이 더 달콤하다. 데뷔 싱글을 내고 두 달 만에 세 명의 멤버가 팀을 떠났고, ‘위아래’를 내기까지도 1년 10개월을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어려움은 이어졌다. 그 사이 낸 싱글 2장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멤버 하니는 “‘위아래’ 발표를 앞두고 쓴 옛 일기를 얼마 전에 봤다. ‘이번에 안 되면 어떡하지?’ ‘다음에 도약할 수 있을까, 공중분해 되면 어떡하지?’라고 써놨더라.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희망에만 그치다보니 심적으로 참 힘들었다”고 했다. LE 역시 “파도 앞에서 모래성을 쌓는 마음이었다. 쌓기만 하면 없어지는 일이 반복되니 늘 허무했다”고 돌이켰다.
“그동안 신곡 내고 열심히 활동해도 반응이 없을 때면, 멤버들끼리 ‘우리 이제 활동이 끝나는 건가’라고 애달프게 말하곤 했는데, 이번엔 ‘강제컴백’이라니 감격스럽다. ‘위아래’ 낼 때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란 심정이었는데, 뒤늦게나마 이뤄졌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뤄지는가보다.”
EXID는 야한 춤 동작이 인기를 모으면서 순식간에 ‘섹시 걸그룹’이 된 듯 보이지만, ‘위아래’의 음원은 여전히 차트 10위권에 2주째 머물고 있고, 과거 발표한 ‘매일 밤’ ‘후즈 댓 걸’까지 차트에 재진입하면서 ‘노래’로 인정받고 있다.
“섹시 이미지로만 굳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섹시한 스타일도 아니고, 우리가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방송하는 모습을 보면 다들 ‘(섹시 코드가)아니네’ 하신다. 어찌 됐든 이번 일은 다재다능한 멤버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정말 좋다.”
EXID는 음악방송에 ‘강제소환’돼 5일부터 무대에 나서지만, 문제는 이 다음 음반이다. 팬들이나 주위에서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빠른 컴백을 주문하고 있지만, 멤버들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빨리’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실망을 줄 수도 있다. 완성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너무 늦지는 않게 나오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음반을 낼 때마다 바람은 “다음 음반을 또 낼 수 있는 것”이었다는 EXID는 ‘위아래’가 가져다준 선물 덕분에 이제 그 목표를 조금 키웠다.
“다음 음반은, 발표와 함께 톱10에 올랐으면 좋겠다. 연말 시상식에도 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동안 명절 때면 가족들과 너무 잘 먹고 잘 지냈는데, 이젠 명절에 좀 바빠야겠다. 하하.”
EXID는 데뷔 당시부터 가요계 관계자들로부터 “왜 안 뜨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 걸그룹이었다. 엉뚱한 ‘사건’이 계기가 되긴 했지만, EXID는 ‘뜰’ 준비가 돼있던 팀이었다.
“인터넷을 보다 이런 댓글을 발견했다. ‘될 놈은 된다. EXID는 될 놈들이었다.’ 참 기분 좋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그간의 고생을 이제 좀 보상을 받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고생 좀 하겠지만, 이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