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누구나 장그래·오차장 그래도 우린 ‘완생’을 꿈꾼다

입력 2014-12-05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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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N

■ 우리는 왜 ‘미생’에 열광하는가?

정글같은 직장 ‘미생들의 삶’ 진한 공감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지만 거부할 수 없는 ‘환상곡’이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은 집요하리만치 직장생활이라는 주제만 파고드는데도 대중과 깊이 소통하고 있다.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외면하고 싶은 ‘밥벌이’의 이야기가 이처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사진제공|tvN


그 핵심은 대기업인 원 인터내셔널의 계약직 사원 장그래(임시완)와 신념 강한 리더 오차장(이성민)이 만들어가는 하모니다. 드라마는 이들을 통해 정글과도 같은 직장 안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쉼 없이 풀어낸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직장인들이 집에 와 TV를 켜고 ‘미생’을 찾아보는 이유다. 직장생활의 ‘재생’이 아닌,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안정제’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미생’을 향해 유독 뜨거운 지지를 보내는 이들은 물론 ‘직장 경험자들’이다. 현재 회사원이거나 취업을 앞둔 준비생, 이미 퇴직한 이들을 망라한다. ‘미생’이 이들을 빠르게 흡수하는 데는 보는 사람마다 각자 위치와 상황에 맞춤한 등장인물들이 포진한 덕분이다. 계약직 사원 장그래, 워커홀릭이면서도 언제 ‘잘릴지’ 모를 오차장, 고속승진할 줄로만 알았던 김부장(김종수)의 퇴직 등은 월급통장에 찍히는 ‘액수’와 관계없이 세상을 사는 누구나 ‘미생’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8월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계약직으로 대표되는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7000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32.4%다. 정규직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OECD 회원국 노동시장 지표 비교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정규직 집단해고 빈도는 34개국 중 4번째로 잦다. 10년 이상 근속 연수 역시 OECD 평균 36.4%보다 현저히 낮은 18.1%다. 심지어 평균 퇴직연령 49살. 겉으론 ‘100세 시대’를 부르짖지만 남은 반평생은 또 다른 비정규 일자리를 전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공감대는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의 외연을 넓히고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에 다룬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제작 명필름)는 블록버스터의 공세를 꿋꿋이 견디며 100만 관객 돌파를 앞뒀다. 주목받는 웹툰 ‘송곳’ 역시 그 맥을 같이한다. 이를 들여다보는 모두가 ‘미생’이다.▶주말기획 ‘미생’ 관련기사 2·3면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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