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의 특별함, ‘눈높이 멘토링’

입력 2014-12-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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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 스포츠동아DB

벤치 멤버·신인 성장 이끈 새벽·야간훈련
주전들 부상공백에도 ‘탄탄한 백업’ 구축
라틀리프 입단 땐 시스템 이해·적응 배려
슛 능력 중요성 조언, 최고 센터 변신 도와

모비스를 이끌고 있는 유재학(51) 감독은 현재 한국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꼽힌다. 단순히 전술, 전략만 뛰어나서는 명장이 될 수 없다. 선수단을 아우르는 장악력에다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성장 도우미이자 동기부여를 일깨우는 멘토 역할까지 요구된다.


● 유재학 감독 “시간을 쪼개라”

모비스는 시즌 중에도 새벽·야간훈련을 빼놓지 않는 팀으로 유명하다. 학교로 치면 0교시 수업에 야간자율학습까지 시키는 격이다. ‘모비스고등학교’라고 불리는 이유다. 일각에선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것 아니냐’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원칙과 이유가 있다. 모비스의 새벽·야간훈련에는 신인급 선수들과 경기에 나서지 않는 벤치 멤버들만 포함된다. 양동근, 문태영, 함지훈 같은 주전 선수들은 ‘열외’다.

유재학 감독은 “주전들은 새벽, 야간 운동까지 하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는다. 본인이 필요할 때 알아서 운동하도록 놔둔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중에는 체력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오후 본 운동의 강도가 높지 않다. 시간도 길어야 한 시간 반이다. 본 운동은 주전 선수들에게 맞춰진 훈련이다. 벤치 멤버나 어린 선수들은 기량을 한창 올려야 할 시기인데, 본 운동만 해선 기량이 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시즌 중에도 꾸준히 운동량을 유지하면서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시간을 쪼개는 수밖에 없다. 새벽, 야간 운동을 시키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올 시즌 모비스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저하와 부상에 따른 공백을 송창용, 전준범, 김종근 같은 백업 멤버들로 메울 수 있었다.


● 라틀리프가 말하는 ‘나의 보스’ 유재학

올 시즌 최고의 센터로 거듭난 리카르도 라틀리프(25)는 모비스에 입단하던 2012년 당시 대학을 막 졸업한 루키였다. 그에게 모비스는 생애 첫 직장이다. 첫 외국생활과 새로운 환경, 낯선 팀원들에 적응해야만 했다. 라틀리프는 “NBA(미국프로농구) 드래프트에 낙방해 실망하고 있던 나를 KBL 드래프트에서 불러준 사람이 바로 유 감독이다. 유 감독은 팀 합류 초기 내가 힘들어할 때 다그치기보다는 모비스의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해시키고 적응할 시간을 줬다”며 유재학 감독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라틀리프는 올 시즌 들어 중거리 슛의 정확도가 몰라보게 향상됐다. 이 역시 유 감독의 조언이 발단이었다. 라틀리프는 “지난 시즌 유 감독이 나를 따로 불러내 ‘우리 팀을 위한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네가 더 좋은 선수로 커리어를 쌓기 위해선 반드시 슛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해줬다. 유 감독의 조언을 들은 뒤로 꾸준히 슈팅 훈련을 했고, 지금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라틀리프는 “모비스는 내 첫 직장이고, 유 감독은 내 프로 경력의 첫 보스다. 모비스에서 받은 유 감독의 가르침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다른 팀, 다른 리그를 가더라도 항상 모비스를 내 마음에 담아둘 것”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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