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1박2일로 진행된 프로야구 단장 윈터미팅은 소득 없이 끝났다. FA와 외국인선수 몸값 급등을 제어할 방안에 대해서도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스포츠동아DB
내달 실행위서 재논의키로 일단락
SK, 나주환·이재영 세일즈도 불발
‘회의는 춤춘다’는 외교가의 격언 그대로였다. 테이블에 참가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결론까지 지지부진하고, 두루뭉수리하게 끝나는 외교 협상처럼 19일부터 부산에서 1박2일로 진행된 단장 윈터미팅(워크숍)은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단장들은 “정말 얘기는 많이 했는데 결론이 나온 것은 거의 없었다. 10개 구단으로 늘어나니 말은 더 많아졌는데 협의는 더 어려워졌다”고 허탈한 듯 말했다.
● FA 등급제 추진 움직임
프리에이전트(FA)와 용병 몸값의 이상 급등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는 쏟아졌지만 합의는 불발됐다. 구단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에서 타협이 안됐다. 그나마 가장 단장들이 긍정적으로 추진한 것이 ‘온건한’ FA 등급제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월 실행위원회에서 안을 만든 뒤 얘기해보자”는 선에서 일단 마무리됐다. A구단 단장은 “등급제를 한다면 연봉에 따라 나눌지, 성적에 따라 나눌지 엇갈렸다”고 말했다. B구단 단장은 “선수협 반응도 들어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FA 보호선수 범위를 축소하거나 FA 자격 연한을 줄이는 급진적 안은 처음부터 힘을 얻지 못했다. 용병 영입비용 증가를 방지하는 방안에 관해서도 C구단 단장은 “원론적인 얘기만 나왔다. 에이전트들에게 농락당하지 말자는 합의는 했는데 실행은 별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사인 앤드 트레이드’도 불발
단장회의의 또 하나 관심사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였는데 이마저도 허무하게 끝났다. FA 미계약자인 나주환, 이재영(이상 SK)과 이성열(넥센)을 놓고 모처럼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이는 만큼 신속하게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셈이었다. 실제 SK는 선수와의 만남을 단장회의 이후로 늦춰놓고, 윈터미팅에서 두 선수의 세일즈를 시도했다.
그러나 구단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SK가 내심 거래를 해보려했던 구단 단장들은 “감독들 얘기를 들어봐야 된다”라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의 ‘윈터미팅’은 활발한 선수 이동을 전제로 하는 시장이 형성되기에는 시기상조였던 것이다. SK는 “조만간 두 선수와 재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