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러브레터’, 아련한 첫사랑을 다시 꺼내다 [리뷰]

입력 2015-01-22 0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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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가 하얀설원을 배경으로 “오겡끼데스까? (おけんきですか?)”라고 외치는 모습은 우리에게 꽤 익숙한 장면이다. “잘 지내고 있나요”라는 지극히 평범한 대사는 영화 개봉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들 곁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동명의 원작 ‘러브레터(1995)’와 동일선상에 놓여있다. 주인공 히로코가 죽은 연인인 남자 이츠키에게 보낸 편지가 그의 동창이자 동명인 여자 이츠키에게 전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상을 먼저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히로코는 자신의 연인과 동명이인인 이츠키와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치유하게 된다. 반면 이츠키는 자신의 학창시절의 잊었던 첫사랑을 떠올리며 추억을 되새긴다. 더불어 우연보다 질긴 운명 속에 사랑은 누구에게 아픔이 될 수도, 추억이 될 수도 있음을 잔잔하게 전달한다.

극은 영화와 같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묶여있던 실타래를 하나씩 자연스레 풀어나간다. 무대에서는 눈이 내리고 벚꽃이 날리며 무대 곳곳을 가득 메운다. 영화에서는 주연들의 표정이나 감정선에 치중했다면 뮤지컬에서는 섬세한 노래와 감정 전달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연출자가 영화를 뮤지컬로 표현해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에서 명장면으로 손꼽히던 장면도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도서관에서 이츠키가 책을 읽을 때 커튼이 휘날리는 장면, 소녀 이츠키가 자전거 바퀴를 돌려 빛을 비추는 모습 등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왔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공연 내내 관객들에게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사랑한다 고백하지 못하고 보내버린 첫사랑의 추억, 미처 사랑인지 조차 알지 못했던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첫사랑에 대한 소소한 기억과 행복했던 추억들을 꺼내어 볼 수 있게 만든다.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잔잔한 무대는 배우들의 연기로 빛이 난다. 주인공 히로코와 여성 이츠키 1인 2역을 맡은 김지현(곽선영)은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상반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이처럼 뮤지컬 ‘러브레터’는 원작 영화의 탄탄한 줄거리를 충실히 살리면서도 생생한 음악으로 뮤지컬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극대화시켰다. 극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볼 수 있는 ‘오래된 우체통’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탄탄한 줄거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뮤지컬 ‘러브레터’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공연에 대한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추운 겨울 가슴이 따뜻해지는 뮤지컬이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의 대표작인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여자 이츠키·히로코 김지현-곽선영, 소년 이츠키 조상웅-강기둥, 소녀 이츠키 유주혜-안소연, 아키바 박호산-윤석원. 대본·작사 윤혜선, 작곡 김아람, 안무 박은영, 음악감독 김길려. 12월 2일부터 내년 2월 1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6만6000~8만 원. 문의 1566-1823 로네뜨.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로네뜨, PAC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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