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헌신과 열정을 바탕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2015호주아시안컵을 계기로 2018러시아월드컵까지 힘찬 전진을 다짐했다.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슈틸리케 감독이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기술적 성장 땐 30위권 진입도 가능
6월 러월드컵 예선 내달 A매치 중요
‘제2의 이정협’ 이미 몇 명은 검토 중
“1분도 출전하지 못한 그의 사례가 우리의 진짜 강점이었다.”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회고담이다.
한국축구는 지난달 호주에서 펼쳐진 아시안컵을 통해 얼마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비록 55년만의 정상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준우승이란 값진 성과를 내며 희망을 싹틔웠다.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모두가 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골키퍼 정성룡(30·수원삼성)을 주목했다. 얼마 전까지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한 정성룡은 지난해 ‘슈틸리케호’의 출범과 함께 백업으로 밀렸다. 2인자는커녕 3인자까지 내몰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출전하지 못한 정성룡은 최상의 태도를 보여줬다. 누가 우리 훈련을 봐도 똑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전은 물론 벤치까지 한데 어우러져 발산한 헌신과 열정, 불굴의 의지에서 한국축구의 희망을 발견했다는 얘기였다.
● 한국축구가 사는 법
1시간을 훌쩍 넘긴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최선’과 ‘가능성’이었다. 어느새 60위권까지 추락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3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에선 늘 현실적 목표를 지녀야 한다. 아시안컵 때도 ‘우승한다’가 아닌, ‘프로답게 최선을 다해 좋은 축구를 펼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는 어느 정도 지켜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FIFA 랭킹 30위권 진입에 대해선 “우리 선수들은 규율도 잘 잡혔고, 교육도 잘 받았다. 목표한 바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도 좋았고, 정신자세도 긍정적이었다. 기술적 요소를 좀더 가미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태극전사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아시안컵 선전으로 A대표팀은 2014브라질월드컵의 참담한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씻어낼 기틀을 마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에서 비난 받은 구자철(26·마인츠),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 등이 훈련을 통해 (아픔을) 극복했고, 부담감에서도 빠져나왔다. 사기가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제자들에게만 헌신과 열정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조력자’인 코칭스태프의 솔선수범도 꼭 필요하다.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를 지시하고 많은 걸 요구하는 코칭스태프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이들의 능력을 끌어내기 어렵다. 상대를 열심히 분석하고, 또 훈련과 전략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모두 봤기에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 이대로 쭉 러시아까지!
이번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가장 큰 특징은 ‘상항평준화’다.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근거다. 슈틸리케 감독도 인정했다. “연장승부도, 밀리는 경기도 있었다. 한국이 톱클래스에 머무는 시절은 지났다. 아시안컵 준우승에 만족하지 말고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위한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당장 6월부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예선이 시작된다. 3월 A매치 시리즈(우즈베키스탄∼뉴질랜드 예정)가 중요해졌다. 아시안컵에서 ‘킬러’ 본능을 뽐낸 이정협(24·상주상무)은 물론 ‘제2의 이정협’도 찾아야 한다. 이미 몇몇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눈여겨본 이들을 계속 점검하고, 뉴 페이스를 발탁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단계별로 잘 준비해야 한다. K리그 현장을 계속 찾아가고, 선수들을 살피겠다. 축구는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다르다. 지금 우리가 3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상향을 찾아) 계속 지켜보고 준비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