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포웰의 모습. 경기장에 조기 출근하는 그를 배려한 유도훈 감독의 선물이다. 사진제공|전자랜드
조기 출근하는 포웰에게 자신의 자전거 선물
포웰 “유 감독님, 내게 특별한 존재” 신뢰
전자랜드 유도훈(47) 감독은 외국인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팀의 간판선수인 리카르도 포웰(32)과의 돈독한 관계는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테렌스 레더(34)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는 유 감독에게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다, 외국인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 감독의 비결은 무엇일까?
● 레더가 유 감독에게 고개 숙이는 이유
“T(테렌스 레더의 애칭), 일로 와봐”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둔 지난 12월 23일, 전자랜드는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100-46으로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 유 감독은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레더를 불러 세웠다. 그는 미리 사두었던 큼지막한 선물을 레더의 두 아이에게 안겨줬다. 유 감독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야”라며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더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코치, 땡큐”라는 말과 함께 유 감독의 두 손을 꼭 잡고 고개를 90도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레더의 여자친구 역시 제법 또렷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찰스 로드를 kt로 내주고 영입한 레더가 시즌 초반 레더가 부진하자 대체 선수 영입에 대한 의견이 나올 때도 유 감독은 그를 감싸 안았다. 유 감독은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 레더가 눈물 흘리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레더의 승부욕을 믿었다”고 말했다.
레더 역시 자신에 대한 유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레더는 “감독님은 나를 믿어주신 분이다”라며 유 감독을 따랐다. 레더는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평균 10.3점·5.0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유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 유 감독의 자전거를 타는 포웰
전자랜드 사무실 한 구석에는 고가의 자전거 한대가 놓여있다. 이는 유 감독의 자전거다. 그러나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는 따로 있다. 바로 포웰이다. 유 감독은 지난해 8월 자신의 자전거를 포웰에게 넘겼다. 그는 “원래는 내가 운동 삼아 타기 위해 산 자전거 인데,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타고 다니라는 뜻에서 줬다”고 말했다. 매 경기 전 토종 선수들과의 훈련을 위해 2시간 일찍 경기장에 출근하는 포웰을 위한 유 감독의 배려였다.
포웰은 “감독님이 자전거를 주신 덕분에 잘 타고 있다. 날씨가 아주 춥지 않는 이상 항상 자전거를 탄다. 쉬는 날 쇼핑하러 나갈 때도 자전거를 탄다. 하체 운동에도 아주 좋다”며 웃었다.
유 감독과 포웰의 신뢰는 타 팀 감독-외국인선수에 비해 훨씬 각별하다. 유 감독은 포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으며 포웰 역시 유 감독의 배려를 늘 생각하고 있다. 유 감독은 SK와의 6강PO에서 신장 차이에서 오는 핸디캡을 줄이기 위해 레더를 활용하되, 승부처에서는 어김없이 포웰을 투입했다.
유 감독은 “이 녀석(포웰)이 승부처만 되면 나를 쳐다본다. 애초부터 승부처에는 포웰을 내보낼 생각이었다. 나는 우리 캡틴을 믿었다”고 말했다. 포웰은 보란 듯이 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6강PO 1~3차전 모두 승부처에서 펄펄 날았다.
포웰은 “감독님은 내게 각별한 존재다. 감독님이 없는 다른 팀에서 뛴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며 유 감독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