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강호동 위기론의 실체…그 배후엔 지상파가 있다

입력 2015-03-21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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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의 법칙] 강호동 위기론의 실체…그 배후엔 지상파가 있다

방송인 강호동이 또 한 번 프로그램 폐지의 쓴 맛을 보게 됐다. 강호동, 하하, 강남, 김범수 등이 이끌던 KBS2 '투명인간'이 오는 4월 1일 방송으로 종영을 맞게 됐다.

'투명인간'은 방송가에서 강호동이 다시 시민들과 만나 예능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 작품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차가운 외면 속에 씁쓸한 종영 수순을 밟고 있다.

강호동은 잠정 은퇴를 접고 방송가에 다시 복귀한 이후 '투명인간'을 포함해 총 4개의 작품에서 쓴 맛을 봤다. 그의 첫 복귀작이었던 '달빛 프린스'를 비롯해 '별바라기'에 이르기까지 강호동이 진행한 프로그램은 MC만 화제가 됐을 뿐 프로그램이 그 혜택을 보지 못했다.


이처럼 바닥을 모르는 강호동의 슬럼프. 도대체 그 원인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방송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강호동이 독기를 잃었다"고 평가한다. KBS2 '1박 2일 시즌1'에서 나영석 PD와 호기롭게 협상을 하는 모습이나 지금은 시즌3의 수장이 된 유호진 PD를 골탕먹이는 모습 등은 강호동의 야성(野性)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인데 지금의 그에게선 이런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평이다.

그가 야성을 잃었다는 것은 지난 프로그램들을 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서를 주제로 한 '달빛 프린스', 예능과 음악이 결합된 '썸씽', 팬들과 스타 사이의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별바라기' 등 강호동은 스스로 '야성'을 버리는 선택만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선택이 저조한 시청률과 폐지 때문에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유재석 역시 '나는 남자다', '동상이몽' 등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고 신동엽도 'SNL 코리아', '오늘 뭐 먹지', '마녀사냥' 등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떠올리면 변신을 원하는 강호동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간다.

‘별바라기’. 사진제공|MBC


그러나 문제는 이런 모든 프로그램들이 강호동이라는 MC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나영석 PD처럼 강호동을 마음껏 뛰놀게 하고 그 뒷일을 제작진이 수습해야 하는데 프로그램 자체가 강호동을 의지하게 만들고 있으니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강호동이 눈을 돌려야 할 곳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이다. 앞서 언급된 신동엽을 비롯해 김구라, 윤종신 등도 종편과 케이블을 오가며 마음껏 활약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 펼쳐진 이야기들은 경계를 넘어 지상파로 넘어와 이들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누가 뭐래도 강호동은 리더십과 카리스마, 입담까지 갖춘 뛰어난 MC다. 그런데 스스로를 좁은 우리에 자신을 가두고 그 안에서만 변신을 시도해 그 뛰어난 재능을 갉아먹고 있다.

아무리 바다를 뛰놀던 고기라도 사람에게 잡혀 좁은 수조 안에 갇히면 끝내 생명력을 잃고 만다. 또한 아무리 큰 나무도 척박한 땅에 옮겨심으면 결국 시들고 만다.

도대체 왜 강호동은 스스로 좁디 좁은 수조와 척박한 대지에 발을 묶어두고 있는 것일까. 지금의 위기를 현명한 선택으로 돌파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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