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의 이색철학, ‘주장’ 대신 ‘리더’

입력 2015-03-27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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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기성용. 스포츠동아DB

-호주아시안컵 당시 주장 선임된 기성용이 계속 캡틴 완장
-특별한 변수 없으면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도 계속
-단순한 주장이 아닌, 팀에 긍정의 기운 불어넣을 수 있는 리더 중시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의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27일·대전)~뉴질랜드(31일·서울)로 이어지는 3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평가전 시리즈는 6월부터 시작될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앞서 갖는 마지막 실전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월 호주아시안컵 이후 태극전사들이 뭉쳤을 때 취재진과 팬들의 관심은 ‘슈틸리케호’의 캡틴으로 향했다. 24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대표팀이 소집된 이후 처음 진행된 공식 인터뷰 참석자가 아시안컵 당시 주장 완장을 찬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되면서 추측은 어느 정도 확신이 되는 분위기였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벡전 전날(26일)에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혼란은 있었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등장한 이가 구자철(26·마인츠)이었기 때문이다. 대개 전날 인터뷰 참석자는 사령탑과 주장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은 분명했다.

“기성용에게 주장을 맡긴 것은 단순히 아시안컵만을 위함이 아니었다. 부상이나 징계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매번 대표팀이 모일 때마다 주장을 바꿀 필요는 없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어려운 상황을 맞은) 구자철의 부담을 덜어주려 주장을 교체했는데 현 시점에서 굳이 주장을 바꿀 이유가 없다.”

결국 대표팀이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오른다고 해도 주장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셈이다. 대신 이 자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했다. ‘주장론’이 아닌, ‘리더론’이다. 누가 주장 완장을 차는 지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어떤 팀에선 주장은 있는데, 리더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까지 했다. 동료들에게 신망을 줄 수 있고,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주장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실제로 이번 대표팀에는 기성용이 빠지더라도 언제든 그 자리를 메워줄 선수가 많다. 이미 메이저 대회에서 주장을 경험한 구자철도 있고,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34·알 힐랄)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른팔’이라고 했다. “감독의 오른팔이 돼 팀이 필요한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며 기성용을 비롯해 3명을 거론했다.

‘전임 캡틴’ 구자철 역시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간 주장을 맡으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주장의 고충도 이해한다. 당시 내가 느끼고 얻은 부분을 (기)성용이에게 전달하고 열심히 도우려 한다”며 ‘하나의 팀’ ‘동일한 목표’로 향하는데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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