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1990년대 대학생들의 연애담, 시작은 달콤하나 끝은 쌉싸래

입력 2015-04-0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연애담을 들려주는 뮤지컬 아보카토. 재민(오른쪽·이규형 분)과 다정(김효연)의 이야기가 풋풋했던 연애의 추억을 새삼 꺼내들게 만든다. 사진제공|LSM컴퍼니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연애담을 들려주는 뮤지컬 아보카토. 재민(오른쪽·이규형 분)과 다정(김효연)의 이야기가 풋풋했던 연애의 추억을 새삼 꺼내들게 만든다. 사진제공|LSM컴퍼니

■ 뮤지컬 ‘아보카토’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아보카도(Avocado) : 비타민 A·C·E가 풍부한 열대과일의 하나. 아보카토(Abboccato) : 세미 드라이를 뜻하는 와인 용어.

이탈리아 와인은 4단계의 당도로 나뉜다. 드라이한 맛을 기준으로 세코(Secco), 아보카토, 아마빌레(Amabile), 돌체(Dolce) 순이다. 중간 당도의 맛인 아보카토는 세미 스위트한 와인에 속한다.

뮤지컬 아보카토는 ‘아보카토한 와인’처럼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연애 이야기다. 1990년대 대학생들의 풋풋했던 연애를 회억하게 한다.

작곡가 지망생인 재민과 소설가가 꿈인 다정. 두 사람의 인연과 사랑, 다툼이 일어나는 장소는 대부분 지하철 안이다. 창동, 석계, 홍대입구. 관객은 익숙한 지하철역의 이름을 듣는 순간 아련한 기억을 주섬주섬 꺼내들게 된다. 이 작품에 부제를 붙인다면 ‘사지타(사랑은 지하철을 타고)’가 어떨까 싶다.

순한 국물 맛이 나는 작품이다. 인공적인 맛은 뺐다. 간이 약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 촘촘히 들어박힌 천연의 맛을 눈과 귀가 느끼는 순간, 아보카토는 ‘세미 스위트’한 쾌감을 안겨준다.

감성을 건드리는 대사, 단출한 피아노 반주 위에 띄운 노래(넘버)가 참 좋다. 그림으로 치면 점묘화에 가깝다. 하나하나의 점이 모여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그림 하나를 완성해 간다.

아보카토의 ‘순함’은 아쉬움도 남긴다. “이 맛이야”하는 ‘한 방’이 부족하다. 훗날 작가로 성공한 다정은 출판사들로부터 줄기차게 거절당했던 자신의 원고가 헤어진 연인의 노력으로 해외에서 먼저 출판된 사실을 알게 된다. 이 ‘한 방’을 위한 장치들(예를 들어 재민이 다정에게 준 행운의 2달러)이 극 전반에 던져져 있지만 관객들은 좀처럼 눈치 채기 어렵다. 꽤 촘촘한 스토리를 가졌으면서도 어쩐지 느슨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규형의 ‘재민’이 인상적이었다. 감성과 유머를 영리하게 섞어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게 내놓았다. 꽤 로맨틱한 음색을 가졌다. 요즘처럼 심각한 스펙 고민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던 ‘복 받은’ 시절의, 순수하면서도 조금은 촌스러웠던 남자 대학생을 잘 드러냈다. 뮤지컬 ‘두결한장’, ‘국화꽃향기’를 통해 ‘소극장 감성뮤지컬’ 시장을 깨운 LSM컴퍼니(대표 이성모)의 작품이다.

감상 포인트 하나. 뮤지컬 아보카토는 ‘달콤’으로 시작해 ‘쌉싸래함’으로 끝난다. 제목 그대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