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공개된 3종 B컷 포스터는 인간 본성과 도덕적 관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 ‘오상무’의 마음 안의 상(像)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삶과 사랑, 인간 본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먼저 첫 번째 포스터는 앙상한 등을 드러낸 채 누워있는 아내를 두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는 안성기의 시선을 통해 죽음과 삶 사이에 놓인 남자의 갈망을 표현한다. 또한 두 번째 포스터는 고개 숙인 채 고뇌하는 남자의 옆모습이 도리 없이 올라오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을 삭여야 하는 주인공의 번민과 갈등을 보여준다. 마지막 세 번째 포스터는 여인의 실루엣과 이를 애써 외면하듯 고개 돌린 모습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선택을 포착했다.
영원한 현역, 임권택 감독의 신작 ‘화장’은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드러나는 것보다 드러나지 않는 게 더 많은 소설”이라는 김훈 작가의 말처럼 반대되는 것들의 다른 듯 같은 두 얼굴을 포착한 영화의 예술성이 B컷 포스터에서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실제로 영화는 두 여자를 사랑하는 남성의 심리를 세련되게 표현해 시체를 불태우는 ‘화장’(火葬)과 얼굴을 곱게 꾸미는 ‘화장’(化粧)이라는 이중적 소재를 배합했다. 젊은 여자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생명과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인간의 생(生), 사(死)를 오롯이 한 그릇에 담았다. 이에 사랑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답을 보여주는 영화로 각광 받으며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화장’은 개봉을 앞두고 뜨거운 흥행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안성기, 김규리, 김호정 등 명품 배우들이 최고의 열연을 선보이며 세월만큼 한층 더 깊어진 시선, 삶과 죽음, 사랑과 번민이라는 보편적인 감정과 공감, 시대와 소통하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프로덕션으로 격조 있는 작품의 탄생을 예고한다. 4월 9일 개봉 예정.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