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직 비즈니스 新모델 개척” RBW 김진우 대표

입력 2015-04-22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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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대표, 사진|RBW

김진우 대표, 사진|RBW


국내 가요계에서 기획사 시스템의 핵심은 오디션과 연습생이다. 각 기획사 별로 오디션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발굴하고 또 이들은 연습생이라는 신분으로 트레이닝을 거쳐 정식 데뷔를 이루게 된다. 또한 각 기획사의 규모에 따라 연습생끼리의 자체적인 오디션도 종종 펼쳐지곤 한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기획사' 혹은 '소속사'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아이돌을 키운다'는 말은 곧 '기획사를 차린다'라는 말과 거의 같은 뜻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기획사에 의한 국내 가요환경에서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도입해 승승장구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RBW(레인보우브릿지월드)의 김진우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이적소식을 접할 때 자주 등장하는 에이전트는 사실 국내에서는 그리 환영받거나 활성화 된 제도는 아니다.(실제 KBO는 2001년 대리인제도를 개정했으나 '구단과의 합의에 따라 시행한다'라는 부칙에 의거해 지금까지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스포츠계를 넘어 연예계, 가요계에 넘어오면 그 희소성은 더 커진다.

김 대표는 "사실 RBW는 독특한 모델이다. 한국에 우리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다"라고 RBW가 엔터업계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했다.

사실 에이전트라는 개념은 간단하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이를 대신해주는 것이다. 얼핏 가요계에 에이전트가 할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돌 그룹의 멤버 캐스팅부터, 프로듀싱, 트레이닝 등등 기획사라는 틀을 제외하고 보면 가요계처럼 에이전트가 활약하기 좋은 곳도 없다.

김 대표는 "2010년부터 시작해, 처음에는 작은 일부터 맡았다. 캐스팅 에이전트를 하다가 트레이닝으로 확대됐고, 지금은 김도훈 작곡가가 전속으로 들어오면서 회사가 커졌다"라며 "여타 기획사들과 우리의 다른 점은 기획사는 자기 아티스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린 남의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라고 농담섞인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지금이야 실적이 쌓이고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그 시작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작곡가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는 김 대표는 "메이저 시장엣서 활동하긴 했지만 사실 그리 성공한 작곡가는 아니었다. 플레이어보다는 스태프가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사업을 시작했다"며 "엔터쪽 일을 계속 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었다. 수중에 있는 돈 5천만원과 대출금 5천만원을 합쳐 딱 1억원을 만들었는데, 기획사를 차리기에는 턱도 없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캐스팅 에이전트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기획사 중에서도 모든 파트를 다 잘하는 회사는 별로 없다. 아웃소싱만 맡아서 엔터의 일을 한 건 우리가 처음이고 살아남은 것도 우리가 처음이다. 과감하게 투자를 한거다"라고 일말의 가능성을 보고 도박에 가까운 도전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왔음을 털어놓았다.

여기에 에이전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문제였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윌리엄모리스에이전시라는 에이전시 회사로, 에이전트는 보편적인 업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에이전트라고 하면 브로커와 비슷한 급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유독 한국은 에이전시라는 말을 싫어한다"라고 국내에서 에이전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있음을 밝혔다.

물론 이는 RBW가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록 자연스럽게 사라질 편견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김 대표는 "그래서 우리도 결국 사명을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에서)RBW로 바꿨다"라며 농담반 진담반의 결론을 내놓으며 웃었다.
김진우 대표, 사진|RBW

김진우 대표, 사진|RBW


이쯤에서 RBW라는 회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RBW는 김진우 대표가 운영하던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와 김도훈 작곡가가 대표로 있던 WA엔터테인먼트가 합병해서 탄생한 회사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WA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던 마마무 등도 RBW의 소속 가수가 됐고, 김도훈을 비롯한 황성진, 최갑원, 김형규 등의 작곡가들 역시 RBW전속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여기에 RBW 웹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와 뮤지컬 등 공연 콘텐츠 진출계획도 갖고 있어 이제는 에이전시 회사를 넘어 종합 콘텐츠 회사라는 설명이 더욱 적절하다.

김 대표는 "콘텐츠 관련해서 확장할 계획을 갖고있고, 일단은 시험적으로 웹드라마를 중국이랑 같이 만들려고 한다"며 "에이전시라는 단어가 업무와 영역을 협소하게 규정짓는 면도 있다. 하지만 우린 RBW엔터테인먼트가 아닌 RBW코퍼레이션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싶고, 에이전시나 엔터테인먼트로 규정짓고싶지는 않다"라고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또한 김 대표의 이런 말은 단순히 꿈이나 희망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이를 이루기 위한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그 성과도 가시적이다.

김 대표는 "RBW의 장점은 첫 번째로 인큐베이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이다. 두 번째는 김도훈 작곡가를 중심으로 하는 전속 작곡가 사단, 세 번째는 해외에서의 성공을 통한 인프라, 네 번째는 인큐베이팅을 위한 최적의 회사 환경이다"라며 "이미 국내에서 여러 성공사례를 만들어냈고, 해외에서도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 등에 그룹을 데뷔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베트남에 현지 법인도 올해 설립될 예정이다. 또 2월에 지금 사무실로 이사를 했는데 약 400평 면적에 20개의 연습실, 2개의 녹음실, 각 작곡가의 개인 작업실이 완비돼있다. K팝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만만한 김 대표의 말처럼 RBW는 중국의 LYN, SEVENSE, 인도네시아의 S4, SOS, 베트남의 THANH TUNG, LIME, 일본의 CODE-V, SHU-I 등의 그룹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으며, 이 같은 실적을 인정받아 올해 베트남(법인명 GMRB)과 중국(법인명 미정)에 현지 합자법인이 설립된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여러 프로젝트 음원과 OEM방식 아티스트 프로덕션을 성사 시켰고 자신들의 첫 소속 가수인 마마무 역시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이같은 성과로 지난해 매출액 6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힌 김 대표는 "올해는 매출액 100억원이 목표다. 국내 5대 가요기획사로 SM, YG, JYP, FNC, 큐브 등을 꼽는데,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200억원정도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도 매출 2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라고 구체적인 목표치를 밝혔다.

끝으로 김 대표는 "(RBW)이 회사는 문화가 신선하다. 에이전시뿐만 아니라 케이팝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종합 콘텐츠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소속사나 기획사가 아니라 글로벌 음악 비즈니스를 하는 종합 콘텐츠 회사로 알려졌으면 좋겠다"라며 "사실 SM이나 YG같은 기획사를 보면 정말 멋있고 따라가고 싶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는 항상 2인자에 머물수 밖에 없으니 새로운 모델을 만든거다. 올해부턴 김도훈 작곡가가 공동 대표로 합류하면서 음악적인 부분과 경영적인 부분이 완전히 분리됐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뮤직 비즈니스의 전문 경영인으로 비춰지는게 바람이다"라고 덧붙여 국내 뮤직 비즈니스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을 기대케 했다.
김진우 대표, 사진|RBW

김진우 대표, 사진|RBW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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