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 첫 내한 공연 어땠나

입력 2015-05-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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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시절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대중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뮤지션으로 꼽히는 폴 매카트니를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과거의 전설로만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한다는 점이다. 사진제공|현대카드

■ 전설로 남을 160분


‘헤이 주드’ ‘렛 잇 비’ 등 주옥 같은 37곡
빗속에 펼쳐진 일흔 넘은 거장의 라이브
잠실 가득 메운 4만5000명 감동의 떼창
공연 마지막 “다시 만나자” 팬들과 약속


어느 일정 분야에서 특히 뛰어난 사람을 ‘거장’이라 일컫는다. 가요계에서도 ‘거장’이란 수식어가 심심찮게 쓰이는데, 이젠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될 것 같다.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폴 매카트니는 ‘거장의 표준’을 제시하면서 한국 공연계에 커다란 메시지를 던졌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다는 감흥은 차치하고, 그가 보여준 무대매너와 열정은 깊은 울림이 되고 있다.

4만5000 관객의 기립박수 속에 무대에 나타난 매카트니는 신나는 분위기의 ‘에이트 데이즈 어 위크’로 공연을 시작해 2시간40분 동안 모두 37곡의 무대를 선사했다. 공연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관객은 없었고, 공연 내내 신이 나서 노래를 따라하고 몸을 흔들었다. 무대 위에는 매카트니를 포함해 두 명의 기타리스트, 한 명의 키보디스트와 드러머까지 단 5명. 풍성한 코러스나 현란한 특수효과 없이 오롯이 5인조 밴드의 연주와 노래뿐이었지만 감동의 깊이는 달랐다. 노장은 힘 실린 목소리로 ‘샤우팅’을 하기도 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불문가지였다. 공연 도중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옷을 갈아입느라 무대를 비우지도 않았다. 검은 스키니 바지에 흰 셔츠, 감색 재킷이 전부였다. 옷을 갈아입는 대신 기타를 계속 바꿔가며 곡마다 어울리는 소리를 내는데 노력했다. 특히 “이 기타는 1960년대 녹음할 때 쓰던 것”이라며 ‘페이퍼백 라이터’를 부를 땐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낸시(현 아내)를 위한 노래”(‘마이 밸런타인’), “린다(첫 아내)를 위한 노래”(‘메이비 아임 어메이즈드’), “존(레넌)을 위해 쓴 곡”(‘히어 투데이’), “조지(해리슨)를 위한 곡”(‘섬싱’)이라는 짧은 곡 소개만으로 비틀스 멤버들과의 성공과 우정, 그리고 폴 매카트니 자신의 인생과 사랑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비 내리는 가운데 관객과 함께 ‘헤이 주드’ ‘렛잇비’ ‘예스터데이’를 합창할 땐 그 역시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뒤로 넘기고, 손을 주머니에 잠깐 넣었다 빼고, 두 손으로 턱을 괴거나 엉덩이를 흔드는 등 감동받은 모습을 천진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폴 매카트니는 과거의 전설로만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앨범 발표와 라이브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2013년 브라질을 시작으로 18개월간 북미와 남미, 유럽 12개국에서 펼쳐졌던 ‘아웃 데어’ 투어의 일환으로, 비틀스와 윙스 시절 히트곡부터 최신앨범 ‘뉴’(2013) 수록곡까지 들려줬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변치 않은 가창력과 연주력을 보여주며 세대와 시대를 뛰어넘는 감동의 무대를 보여준 폴 매카트니는 공연을 끝내며 “다시 만나자”고 했다. 왠지 그 말은 ‘진짜’ 같았다.

서울 공연을 마지막으로 아시아지역 투어를 마친 그는 3일 전세기편으로 영국으로 돌아갔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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