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복불복 트레이드…까봐야 안다

입력 2015-05-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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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2011년 LG서 박병호 데려온 넥센의 반전
2013년 트레이드로 팀 분위기만 흔든 KIA
올해 롯데-kt 트레이드도 조금 더 지켜봐야


성적이 좋지 못하면 감독이 잘린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인데, 책임은 감독이 진다. 이러다보니 감독은 상황이 급박해지거나 팀에 약점이 보이면 트레이드로 타개하려는 유혹에 빠져든다. 어떤 면에서 트레이드는 선수에게 책임을 묻는 방편일 수 있다. 기존 선수들에게 ‘너희들도 예외일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장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건전한 긴장이 돌지, 팀 전체에 미묘한 역효과가 발생할지는 나중에야 알 수 있다.


● 대형 트레이드, 알짜는 따로 있다?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KBO리그 ‘역대급’ 트레이드가 터졌다. LG가 박병호, 심수창을 넥센에 내주면서 송신영, 김성현을 받아온 것이다. 당시만 해도 ‘4강 경쟁을 벌이는 LG가 필승 셋업맨과 영건 선발투수를 영입했다’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LG가 넥센에 현금을 얹어줬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퍼졌다.

그 시점까지 송신영은 5승5패14세이브를 올린 마무리투수였고, 김성현은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젊은 선발투수였다. 반면 심수창(현 롯데)은 당시 나이가 이미 30세였고, 박병호는 데뷔 이후 7년간 통산 홈런이 24개에 불과한 타자였다. 박병호보다 심수창이 그나마 넥센의 전력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였다. 심지어 삼성 류중일 감독은 “누가 봐도 LG에 훨씬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10일도 지나지 않아 LG는 4강 전선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트레이드가 역효과를 낸 것이다. LG에 적응하지 못한 송신영은 이후 한화와 NC를 거쳐 넥센으로 돌아갔고, 김성현은 불법도박에 연루돼 유니폼을 벗었다. 반면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박병호는 현재 KBO리그 최강의 타자로 성장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외치고 있다.

4년 전 상황이 올 시즌 롯데-kt와 묘하게 겹친다. 트레이드 시점에선 kt가 장성우를, 롯데가 박세웅을 받아온 데 시선이 쏠렸지만 점점 kt가 반등하자 장성우에 딸려온 옵션처럼 여겨졌던 하준호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 트레이드의 성패는 궁합에 달려있다?

2013년 5월 SK는 송은범을 KIA로 보내고 김상현을 데려오는 빅딜을 단행했다. 그러나 야구계를 흔들 줄 알았던 이 거래에서 양쪽 모두 소득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당시 우승을 선언한 KIA는 트레이드 직후 처절하게 몰락했다. 의도와 달리 트레이드가 팀 전체를 흔든 꼴이 됐다. 이후 송은범은 한화, 김상현은 kt로 옮겼다. 둘 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스승의 품에 안긴 것이다. 야구는 워낙 멘탈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종목이라 A팀에서 잘하던 선수가 B팀에선 안 풀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넥센 이택근과 송신영이 대표적이다. 넥센이 트레이드를 잘한 것도 있겠지만, 선수를 ‘힐링’시키는 나름의 문화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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