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후 돌아온 이민영 “골프 마음껏 즐기고 싶어”

입력 2015-05-15 18:5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KLPGA

“이제부터는 좋아하는 골프를 마음껏 하고 싶다.”

신장암 수술을 받고 돌아온 이민영(23·한화)의 표정이 밝았다. 환하게 웃는 미소가 유난히 더 빛났다.

시즌 개막을 기다리던 이민영은 3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배가 아파 병원을 찾은 그는 왼쪽 신장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이민영은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태권도(2단)를 배웠던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감기도 잘 걸리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몸을 자랑했다. 그랬던 그에게 암이라는 큰 병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병세가 악화되지 않았다. 부분 절제 수술을 받은 그는 약 2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뒤 15일 경기도 용인의 수원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1라운드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은 이민영을 반갑게 맞았다. 그의 건강을 걱정했던 동료들은 이민영에게 다가와 “괜찮아?”라며 안부를 물었다.

이민영은 예전보다 훨씬 더 활기찬 모습이었다. 1라운드 경기를 끝내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민영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통증도 없고 아프지도 않다”라며 걱정해준 동료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민영은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8위에 올랐다.

이민영의 투어 복귀를 앞당긴 건 그의 남다른 골프사랑 덕분이다. 병원에서는 투어 복귀 시점을 7월쯤으로 권했다. 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투어에 복귀하고 싶은 이민영은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으며 복귀를 준비했다. 환자복 차림으로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틈틈이 체력 운동을 했고, 퇴원 후에는 무뎌진 스윙감각과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같이 운동했다. 대회 출전 일주일 전부터는 혼자 골프백을 메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프라자골프장을 돌며 마지막 점검까지 마쳤다.

아쉬웠던 순간도 있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이 좌절됐다. 이민영은 작년 롯데마트여자오픈 우승으로 이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민영은 “꼭 출전하고 싶은 대회였는데 그럴 수 없게 돼 매우 아쉬웠다. 병원에 있는 동안 TV만 봤다. 출전을 손꼽아 기다렸던 대회였기에 매일 보게 됐다. 동료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 TV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라며 아쉬워했다.

다시 돌아온 이민영에게 투어 분위기는 조금 낯설었다. 그러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그는 “긴장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1번홀에 섰을 때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됐다. 그 때문에 1번홀을 엉망으로 치고 말았다”라면서 “이제는 승부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선수라면 승부욕을 갖는 게 당연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성적보다 대회에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라며 웃었다.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 됐고 앞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다”라며 고마워했다. 병원에 누워있던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병마와 싸우는 어린환우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선 첫날부터 치열한 선두다툼이 펼쳐졌다. 김현수와 이승현, 김지희 등 7명이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선두를 이뤘고, 전인지와 지한솔, 김해림, 이정민, 김민선, 김보경 등 11명은 이민영과 함께 3언더파 69타로 공동 8위에 자리했다.

용인|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