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인천 상륙작전’

입력 2015-05-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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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부터 SK 사령탑을 맡아 왕조를 건설한 김성근 감독은 2011시즌 도중 구단과 정면충돌하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올 시즌 한화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이 19∼21일 SK와의 원정 3연전을 위해 4년 만에 인천을 방문하게 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한화도, SK도 질 수 없는 ‘운명의 3연전’

김성근 감독, 한화 유니폼 입고 4년 만에 문학행
4월 대전 3연전서 한화에 스윕 당한 SK ‘쇼크’
“SK 강하지 않다” 발언에 전의 불타는 옛제자들
김용희 감독, 밴와트·김광현·켈리 빅3 가동 채비

2011년 8월 18일은 SK 야구단 역사상 가장 참담한 순간이었다. 분노를 못 이긴 일부 팬들이 필드로 난입했고, 문학구장은 화염에 휩싸였다. 마운드에서 SK 유니폼이 불에 탔고, 구단 용품 중 일부가 파손되거나 도난당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험악한 사태를 불러온 것일까. 그들의 요구는 ‘SK 감독 김성근을 돌려달라’였다.

하루 전인 8월 17일 김 감독이 재계약 포기를 선언하자, SK 프런트는 18일 경질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3년 계약의 마지막인 2011시즌을 다 채운 뒤 물러나겠다는 입장이었고, SK는 그런 상태로 김 감독과 시즌 끝까지 동거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SK 왕조’를 건설한 김 감독은 그렇게 퇴장했고, 그 종말은 아수라장이었다.

그 후 SK 야구단에 김성근은 일종의 ‘터부’였다. 그가 이룩한 업적이 클수록 SK가 받은 상처의 흔적도 깊숙했다. ‘8·18’의 교훈을 뼈에 새긴 SK는 ‘카리스마형 리더’에게 현장을 일임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현장과 프런트가 소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리고 이제 한화로 옮긴 김성근 감독과 김용희 감독의 SK는 2015시즌 적으로 만났다. 4년 전 누가 옳았는지는, 지금 이기는 자의 몫이 될 것이라 양보할 수 없다.


● 4월 첫 3연전에서 증폭된 감정

첫 대결이었던 4월 24∼26일 대전 3연전에서 한화는 SK에 스윕을 거뒀다. SK가 받은 충격은 3패 이상이었다. 바깥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한화는 ‘SK가 사인을 훔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용희 감독이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한화는 그 다음 주말 롯데와의 3연전에서 똑같은 의혹을 제기했고, ‘열혈남아’ 롯데 이종운 감독은 가만있지 않고 똑같은 의혹 제기로 응수했다. 김용희 감독은 직접적 대응은 삼갔다. 하지만 SK 클럽하우스에는 하나의 문구가 붙어있다. 바로 4월 26일 김성근 감독이 말했던 “SK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발언이다. SK 선수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투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충격요법일 터다.


● 총력전 대 총력전

SK는 5월 19∼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홈 3연전에 트래비스 밴와트∼김광현∼메릴 켈리 등 ‘빅3’ 선발을 총동원한다. 부상에서 회복한 밴와트의 복귀전을 19일 한화전에 맞춘 것은 음미할 만하다. 정우람, 윤길현 등 주력 불펜진도 3연전 내내 출격이 가능한 상태로 맞춰놓았다. 관건은 타력이다. 슬럼프에 빠진 최정, 사구 후유증을 겪은 이재원의 타격감에 달렸다. 매 경기 사력을 다하는 한화도 김성근 감독의 ‘인천 복귀전’이라는 상징성을 잘 알고 있을 터다. 권혁-박정진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셋업맨 윤규진의 전격 복귀 가능성도 열려 있다.

SK 관계자는 18일 “한화가 온다고 딱히 야구장 경호를 엄격히 하진 않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님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까지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충청 출신 인구가 많은 인천의 특성상, 관중이 더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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