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DNA, 장성우에 이식

입력 2015-05-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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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조범현감독, 수싸움·송구 등 장기 프로젝트 가동

kt 조범현 감독은 팀의 10년 미래를 위해 큰 출혈을 감내하고 포수 장성우(25·사진)를 롯데에서 영입했다. 2일 트레이드 발표 이후 꽤 시간이 흘렀다. 장성우는 타격훈련 도중 엄지 손가락을 다치는 작은 부상도 입었지만, 매 경기를 앞두고 강도 높은 수비훈련을 소화해왔다. 조 감독이 장성우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포수 육성에 있어 국내 최고의 권위자인 조 감독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장성우에게 자신의 가장 큰 성공작인 박경완(현 SK총괄육성)의 DNA를 이식하고 있다. 조 감독이 갖고 있는 포수에 대한 철학은 매우 방대하고 전문적이지만, “모든 영광은 투수의 몫이어야 하고 실패는 모두 포수 책임이어야 한다”, “역전 위기인 9회말 주자 3루에서도 투수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질 수 있게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로 요약 할 수 있다.

kt 코칭스태프는 타석에 선 타자의 자세, 최근 누적 기록 등을 모두 머릿속에 입력한 후 수싸움을 할 수 있는 능력, 빈틈없는 블로킹과 강한 송구 능력까지, 앞으로 장성우가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의 뒤를 이을 수 있도록 장기 플랜을 갖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조 감독은 직접 장재중 배터리 코치가 진행하는 훈련을 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볼카운트, 구종 및 코스에 따른 각기 다른 송구 동작 등 국내 최정상급 포수도 다 갖추지 못한 기술적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 전술적 측면이다. 조 감독은 “투수만 실투가 있는 것이 아니다. 포수가 정성어린 준비로 타자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투수가 정확히 공을 던져줘도 한 경기에서 3∼5차례 정반대의 결과, 장타를 맞는 경우가 나온다. 이 때 포수가 흔들리면 믿고 던진 투수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순간 자신이 준비한 시나리오를 다 뒤집어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박경완이 조 감독과 함께 경기가 끝나면 150개의 투구 하나 하나의 상황과 구종, 코스, 결과까지 달달 외웠던 것처럼 치열한 공부가 필요하다. 조 감독은 “그래도 요즘은 얼마나 좋나. 전력분석팀이 세밀한 자료를 준비해준다. 예전에는 다 수기로 했다.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다”는 말로 장성우에 대한 큰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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