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때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홈런왕’ 박병호(넥센·사진)가 홈런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고작 1주일 전 박병호의 홈런은 11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에만 14홈런을 날리며 52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올해는 쉬이 불이 붙지 않았다. 그러나 5월 27일 대구 삼성전 1회 선제 결승 3점홈런을 때리는 등 4연속경기 홈런을 터트리며 단숨에 15홈런을 기록했다. 에릭 테임즈(NC·18개)와 최형우, 야마이코 나바로(이상 삼성·이상 17개)가 주도했던 홈런 레이스에 ‘3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8위였던 홈런 순위도 4위로 수직상승했다.
박병호는 그동안 몸쪽 공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 투수들이 약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면서 몸쪽 승부가 많아졌고, 박병호의 장타는 크게 줄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가 몸쪽 공 승부에서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먹히는 타구나 플라이가 많이 나온 이유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빠른 공에 배트가 밀린다고 판단해 겨우내 스윙 궤적을 줄였다. 효과는 분명했다. 시즌 초반 홈런 페이스는 주춤한 반면, 안타 생산은 오히려 늘었다. 이용규(한화)와 함께 67개로 최다안타 부문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염 감독은 “(박)병호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감이 잡히면 정상적인 홈런 레이스에 들어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박병호도 “장타가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있었는데, 최근 많이 나오고 있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테임즈, 최형우, 나바로도 지난해를 뛰어넘는 페이스를 과시하고 있다. 시즌의 35%를 넘어선 가운데 산술적으로는 50홈런에 근접한 페이스다. 지난해 테임즈는 37홈런, 최형우와 나바로는 나란히 31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박병호가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홀로 외로운 싸움을 펼쳤다면, 올해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16경기 늘어난 팀당 144경기 체제도 홈런 경쟁을 부추긴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