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홈런 희생양 되기 싫었던 LG

입력 2015-06-0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이승엽이 2∼4일 롯데와의 포항 3연전에서 KBO리그 통산 400홈런에 도전한다. 이승엽은 포항에서 열린 20경기에서 무려 9홈런을 터뜨리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31일 잠실 LG전 직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승엽.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9회초 큰 점수차불구 2사서 고의4구
야구팬 “기회조차 주지않았다” 비난

31일 잠실 삼성-LG전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였다. 삼성 이승엽(39)이 KBO리그 통산 400홈런까지 1개만을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잠실구장은 대기록의 탄생을 기다리는 야구팬들의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LG 양상문 감독도 경기 전 “이승엽과 정상적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붙었다. “투수가 부담이 커 볼넷을 주거나, 승부가 걸려있어 고의4구로 거르는 것은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 감독은 그 말을 지켰다. LG 투수들은 이승엽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택했다. 문제는 LG가 3-9로 뒤진 9회초였다. 삼성 박한이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이승엽에게 이날 경기의 마지막이 된 5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그런데 LG 포수 유강남은 이승엽으로부터 멀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투수 신승현은 누가 봐도 칠 필요가 없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공 4개를 연속으로 던졌다. 스트레이트 볼넷. 포수가 앉아만 있었을 뿐, 고의4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관중은 LG 벤치를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

LG는 경기 후 고의4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만약 고의4구였다면 수비수들이 우측으로 치우친 ‘이승엽 시프트’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양 감독의 말처럼 요즘 6점차는 포기할 수 없는 점수차다. 그러나 9회 2사 후였다. 또 정면 승부한다고 홈런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A구단 선수는 “메이저리그는 대기록을 낸 선수의 상대였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야구를 하던 도중 나온 결과라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홈런을 맞기 위해 공을 던지는 투수는 없다. 설령 홈런을 내줬더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난할 수도 없다. 이래저래 씁쓸한 뒷맛을 남긴 승부였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