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KBO리그 사상 최초’ 400홈런…불멸의 신화 쓰다

입력 2015-06-04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마침내 터졌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가운데)이 3일 포항 롯데전 3회말 2사 후 구승민을 상대로 KBO리그 개인통산 400홈런을 때려낸 뒤 홈을 밟고 있다. 전광판에 ‘40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가운데, 삼성 김평호 코치가 홈런 배트를 주워 건네고 있다. 포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롯데전 3회 구승민 상대로 솔로포
국내무대 11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이승엽 “450홈런이 새로운 목표”

어쩌면 불멸로 남을 공 하나가 날아갔다. 이승엽(39·삼성)이 두 팔을 뻗었다. 양쪽 덕아웃에 앉은 선수들과 모든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토했다. 하늘이 떠나갈 듯한 환호 속에 솟구친 흰 야구공은 오른쪽 담장을 넘고도 한참 더 날아갔다. ‘국민타자’가 터트린 역사적인 400번째 홈런은 그렇게 한국프로야구 역사의 심장에 새겨졌다.

삼성 이승엽이 KBO리그 사상 최초의 개인통산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온 야구계가 주목하고 기다려왔던 바로 그 홈런이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5-0으로 앞선 3회말 2사 후 볼카운트 0B-1S서 상대 선발투수 구승민의 2구째 한가운데 직구(시속 140km)를 힘껏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의 솔로아치를 그렸다.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승엽이 한국무대에서 때려낸 통산 400호 홈런이다.

이승엽이 홈런을 토해내는 순간 포항구장에는 대기록 수립을 기념하는 축포가 터졌고, 우측 외야에 몰려있던 관중은 모두 이승엽의 홈런공을 향해 몰려들었다. 이미 400호 홈런공을 과연 누가 잡게 될지 관심이 쏠려있던 상태. 하필 공은 외야 잔디 위가 아니라 야구장과 외부의 경계선에 위치한 풀숲에 착지했다. 그때부터 ‘보물찾기’가 시작됐고, 결국 승자가 된 행운의 주인공은 천안에서 온 회사원 김재명(43) 씨였다. 김 씨가 꺼낸 공에는 ‘KBO’의 ‘O’ 자 안에 볼펜으로 작은 표시가 돼 있었다. 이승엽 타석 때 사용됐던 공이라는 증거다.

김 씨는 “이 공을 잡기 위해 아내 몰래 천안에서 여기까지 왔다. 3타석만 보고 빨리 가려고 했는데 2타석 만에 홈런이 나와서 열심히 찾았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당연히 400호 홈런볼의 용처. 김 씨는 “개인적으로는 야구팬이라 기증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에 가서 아내와 상의하는 게 먼저인 것 같다”고 밝혔다.

포항구장을 한바탕 축제의 장으로 만든 400호 홈런. 늘 평정심을 유지해온 이승엽도 이날만큼은 환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이승엽은 “그냥 담담하게 생각했는데, 홈런을 치고 바로 ‘이제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홈런보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우리 팀뿐 아니라 롯데 감독님의 박수와 주장의 꽃다발에 정말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 그냥 은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류중일 감독님께서 한국에서 다시 뛸 기회를 주셔서 감독이기 이전에 야구선배로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승엽 덕분에 포항은 이제 한국프로야구 홈런의 역사에 가장 중요한 곳으로 남게 됐다. 이승엽은 “포항은 이제 내게 의미 있는 장소가 된 것 같다. 가족이 왔을 때 쳐서 더 기쁘다”며 “앞으로 우선 450홈런까지는 다시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포항|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