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병현. 스포츠동아DB
야구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미운오리가 백조가 되듯 평범했던 선수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맹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농구나 축구 등 다른 종목과 비교해 깜짝 스타가 많은 이유다. 그 배경에는 기술적인 요소가 많은 종목의 특성에 있다. 특히 투수는 변화구 하나로 2군 선수가 1군 스타가 될 수도 있다. 로저 클레멘스가 이룬 353승은 약물의 도움도 있었지만 데뷔 10년이 지난 1990년대 중반 터득한 스플리터의 힘이 컸다.
KIA 김병현(35)은 최근 선발등판한 2경기에서 5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 올 시즌 성적은 4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13이닝 7삼진 14안타 5볼넷 6실점으로 방어율 4.15를 기록 중이다. 모든 것이 10여 년 전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전성기와 비교할 수 없지만 어느덧 노장이 된 투수는 선수생활 황혼기에 새로운 비기를 막 익혔다.
김병현은 전성기에 떠오르는 변화구인 업슛과 급격히 휘어 떨어지는 프리즈비 슬라이더로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위력적인 변화구의 바탕에는 시속 150km의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이 있었다. 30대 중반의 나이를 넘어선 지금은 150km의 빠른 공을 던질 수는 없다. 김병현의 선택은 시속 140km의 공으로도 메이저리그 스테로이드 시대를 지배할 수 있었던 그레그 매덕스의 투심 패스트볼이다.
김병현은 최근 현역시절 팔색조 변화구를 던지는 싸움닭으로 불린 KIA 조계현 수석코치를 찾아갔다. 그리고 “투심 패스트볼을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3일 잠실에서 “워낙 감각이 좋아 금세 익히더라. 변화가 크지 않지만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우타자에게 살짝 휘어 떨어지는 공이다. 땅볼을 유도하는 데 안성맞춤이다”고 말했다.
투심 패스트볼의 장점은 투구수를 아낄 수 있는 경제적인 투구에 있다. 매덕스는 현역시절 “최소 공 3개가 필요한 삼진은 쓸모없는 기록이다. 삼진보다 공 하나로 범타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팔색조 싸움닭의 DNA 이식은 더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김병현의 영리한 선택이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