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 스포츠동아DB
“비록 진귀한 기록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 고백
방출과 재입단 겪으며 쌓아올린 결과, “좋은 본보기 됐으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흔한 기록이겠지만, 저에게는 의미가 있네요.”
삼성 최형우(32)는 3일 포항 롯데전에서 개인통산 1000안타를 달성했다. 역대 72번째. 큰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다. 바로 그날, 삼성 이승엽이 KBO리그 통산 400번째 홈런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형우는 “서운하지 않다”고 했다. “나 개인에게는 무척 값지지만, 그 전에 1000안타를 달성한 선배님들이 많으니 흔하다면 흔한 기록이 아니겠느냐”는 뜻에서다.
그러나 충분히 자랑스러울 만하다. 단순히 ‘1000’이라는 상징적인 숫자 때문이 아니다. 최형우는 잘 알려진 대로 2002년 삼성에 입단했다가 한 차례 방출되는 설움을 겪었다. 경찰야구단에서 야구를 이어가면서 밤마다 피땀 어린 재기의 꿈을 꿨고, 2군에서 맹활약한 덕분에 전역 후 2008년 다시 삼성으로 입단했다. 그리고 바로 그해, 신인왕에 올랐다. 최형우는 이제 어엿한 한국프로야구 최강팀의 4번타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 후 지난해까지 매년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려낸 끝에 값진 이정표를 하나 새겼다.
최형우는 “1군 생활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1000안타를 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그런데 이렇게 나처럼 출발이 늦었던 선수도 1000안타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게 기분이 좋다”며 “지금 힘들게 야구하면서 ‘그만둘까’ 하고 있는 선수들도 나를 보면서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0안타 고지를 밟았으니 이제 2000안타를 노려볼 만도 하다. 그러나 그는 “1000안타로 충분히 만족한다. 더 이상은 숫자를 생각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기다리고 있는 기록은 있다. 최형우는 4일까지 통산 187홈런을 치고 있다. 대망의 200홈런에 13개만 남겨 놓았다. 최형우는 “그때는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축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농담하면서 “계속 꾸준히 열심히 해서 늦게 출발한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