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서태지와 아이들 의상 규제

입력 2015-06-26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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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6월 26일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프로듀사’는 톱가수의 의상을 둘러싸고 ‘뮤직뱅크’ PD의 미묘한 신경전을 그려 시선을 모았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무대의상이 논란을 부르는 모습은 실제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1993년 오늘,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KBS 2TV ‘토요대행진’에 출연하려다 포기했다. 2집 ‘하여가’의 인기 속에 막 방송활동을 시작한 즈음이었다. 멤버 이주노 등의 레게 헤어스타일과 힙합 의상이 방송사 측의 규제에 맞닥뜨린 것이었다.

방송사 측은 ‘단정한 의상’을 요구했다. 그 직전 KBS 홍두표 사장이 일부 연예인들의 의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남자연예인들의 귀고리와 장발 스타일, 찢어진 청바지와 왜색풍 혹은 히피 의상 등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태지는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청소년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와, 가수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시선 사이에서 고민했다. 결국 서태지와 아이들의 ‘토요대행진’ 출연은 무산됐다.

뒤늦게 서태지와 아이들은 머리카락을 풀고 수수한 옷차림을 선택했다. 그리고 7월 초 대전엑스포 특집 1TV ‘엑스포 축하쇼 한밭 한빛’에 출연할 수 있었다.

이후 연예인 의상에 대한 방송사의 규제는 더 강력해졌다. 1994년 10월 지상파 방송 3사는 삭발 스타일이나 장발, 치마패션, 남자 연예인의 귀고리, 배꼽티와 같은 노출 의상 등을 규제했다. 녹화와 방송에 앞서 제작진이 ‘복장 검사’에 나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그룹 쿨의 유채영을 비롯해 이주노 등이 해당됐다. 신성우와 김종서는 긴 머리카락을 묶은 채 출연해 뒷머리가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애썼다. ‘너 없는 동안’의 치마패션을 선보인 김원준은 노래 콘셉트를 고려해 그 후속곡에서 옷차림을 바꿨다. 하지만 강산에 등 일부 연예인들은 반발하기도 했다.

방송사들은 1997년 7월 또 다시 의상 규제에 나섰다. 이듬해 PC통신 유니텔이 500여명을 대상으로 가수들의 의상과 액세서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문제 있다”와 “없다”가 팽팽히 맞섰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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