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배 역전우승 ‘정종진의 힘’

입력 2015-07-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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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진이 지난 28일 열린 ‘2015 네티즌 선정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대상 경륜’서 깜짝 우승을 한 뒤 상금 1800만원을 받아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 머리·심장·허벅지 ‘삼위일체’

대열 후미서 2코너 돈 뒤 ‘역전 드라마’
김해팀·유성팀 견제 딛고 최고자리에
육상·축구로 다져진 ‘허벅지와 심장’
기본기 강해 3년만에 멀티플레이어로


“탕!”

총성이 울렸다. 숨이 멎은 듯 고요했던 스피돔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달려라!” “파이팅!”. 관중석 여기저기서 격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 ‘7인의 건각’들이 페달을 굴리며 벨로드롬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페달을 밟고 있는 주인공은 박용범 이현구 박병하 이명현 김주상 김현경 정종진이었다. 사흘간의 토너먼트를 거쳐 결승에 진출한 ‘스타 중의 스타’들이었다. 경기초반엔 김현경과 이명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승부포인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흰색유니폼에 ‘1’번을 단 정종진은 대열 후미에서 칼을 갈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를 바라보는 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땡!땡!땡!” 마침내 파이널 종이 울리고 선수들은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 자세로 스퍼트를 내뿜었다. 장내가 왁자지껄하더니 드라마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2코너를 돈 뒤 갑자기 후미의 흰색유니폼 정종진이 튀어나오더니 총알 같은 속도로 쭉쭉 치고 나왔다. 그리곤 그의 앞에 섰던 선수들을 모조리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폭발적인 스피드는 그를 결승선 앞으로 ‘공간이동’시켰다. 그 앞엔 아무도 없었다. 우승이었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관중석을 향해 오른손을 불끈 내밀었다. 그리고 오른손 검지로 만든 ‘키스 세리머니’를 팬들에게 날렸다.


● 수적 열세 속 외로운 사투…이사장배 주인공은 정종진이었다


그것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정종진(28·20기)의 머리와 심장, 허벅지가 빚은 작품이었다. 정종진은 28일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2015 네티즌 선정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대상경륜’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은 이현구(32·16기)가, 3위는 박용범(27·18기)에게 돌아갔다.

당초 이번 결승전은 김해팀의 수적 우세 속에 치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7명의 결승 진출자 중 김해팀은 명문 팀답게 벨로드롬의 ‘초간판급 스타’ 박용범을 비롯해 이현구, 박병하, 이명현까지 4명이나 진출하며 세를 과시했다. 유성팀이 간판스타 김주상과 김현경 ‘투톱’을 배출했고 수도권에서는 계양팀의 정종진이 유일했다. 김해팀 중에 우승자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수적 열세 속에 외로운 사투를 벌였던 그는 이미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 경륜의 ‘새로운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지지해 준 팬들에게는 단승 14배, 쌍승 57배의 배당까지 챙겨줬다.



● 정종진은 진흙 속에서 핀 연꽃


정종진은 20기 수석 졸업생으로 ‘떡잎’부터 다른 선수였다. 훈련원서 교육을 총괄했던 김태환 교관은 이미 그를 ‘미래의 에이스’로 꼽았다. 올해로 데뷔 3년차의 신인급이다. 정종진은 덕산중학교 시절 육상과 축구에 재능이 많았다. 그의 재능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체육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그의 순발력과 근력 등 타고난 ‘펀더멘탈’을 직감하고 사이클을 권했다. 사이클과의 첫 인연이었다. 정종진은 서울체고로 진학했고 졸업 후 실업팀 부산경륜공단과 상무를 거쳤다. 주 종목은 중장거리. 제23회 대통령기전국시도대항 사이클 개인도로단체서 1위, 제53회 3.1절 기념 전국 도로사이클 단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될성부른 떡잎’에게 잡힐 듯 하던 성공은 번번이 그를 비켜나갔다. 겉으로 보기엔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아마시절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늘 2인자 3인자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토록 원했던 태극마크도 달지 못했다.

경륜 데뷔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훈련원마저 삼수를 거칠 만큼 통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준비했다. 그리고 당당히 수석으로 졸업하는 영예를 누렸다.

정종진의 장점은 멀티 플레이어. 즉 다양한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상대나 상황에 따라 선행과 마크 추입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데다 최근 시야가 넓어지며 운영능력까지 급상승, 성적의 꾸준함까지 붙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중장거리 출신이기 때문에 지구력에 자신 있지만 파워엔 아직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 “자신에게 승부를 걸었던 게 우승의 요인”


시상식 맨 윗자리에 선 정종진은 “수도권 선수가 혼자여서 힘든 싸움을 해야 했지만 자신 있게 승부를 걸었던 게 우승의 요인이었던 같다. 우리 계양팀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륜 홍보마케팅팀 성욱제 팀장은 “이번 이사장배 결승전은 몇 년에 한 번 있을까하는 명승부였다.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수천 명의 경륜팬들도 뜨거운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팬들은 늘 새로운 스타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만큼 정종진의 화려한 등장으로 하반기 시즌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 정종진은?
▲1987년 서울 출생
▲서울체육고-성화대
▲키 176.7cm, 체중 76.4kg, 가슴둘레 96cm
▲대퇴 60cm(위좌)·60cm(위우), 하퇴 37cm(위좌)·37cm(위우)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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