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16년만에 금의환향 “내가 명성황후다”

입력 2015-07-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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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명성황후를 통해 뮤지컬 배우 조연으로 데뷔했던 신영숙이 올해 20주년 기념 공연을 맞아 명성황후 역으로 돌아왔다. 노래 잘하는 배우로 소문난 그는 마지막 넘버 ‘일어나라 백성들이여’를 통해 관객들에게 짜릿한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제공|에이콤인터내셔날

■ 20주년 기념공연 ‘명성황후’ 신영숙


16년전 ‘명성황후’조연으로 뮤지컬 데뷔
신인시절 ‘명성황후의 꿈’ 드디어 이뤄
마지막 노래 ‘일어나라…’로 한방 승부
부담감 큰 나에겐 연습만이 답


‘국민뮤지컬’ 명성황후가 7월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다. 20년 전 관객과 처음 만났던 그 자리다. 이 얘기는 곧 명성황후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는 뜻이다. 첫사랑, 첫 키스의 추억을 끄집어 올리듯 명성황후는 20년 전의 그 자리로 회귀한다.

여기 회귀한 사람도 있다. 배우 신영숙(40)이다. 신영숙은 1999년 명성황후에서 조연인 손탁 여사 역할로 데뷔했다. 1885년 조선의 러시아 초대공사 웨베르의 처형으로 명성황후에게 서양요리, 화장품 등을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랬던 신영숙이 20주년 기념공연을 맞아 ‘명성황후’가 되어 돌아왔다. 16년 만의 금의환향이다.

‘LA다저스 박찬호’·‘맨유 박지성’, 그리고 ‘명성황후 신영숙’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고민하며 어린이집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영숙은 명성황후 오디션 공고를 보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지원서를 넣었다가 덜컥 붙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배울 게 많은 데다 왜 이렇게 재미가 있는지. 유학생각을 딱 접고 뮤지컬로 승부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명성황후 회식 자리에서 갓 데뷔한 신인이 겁도 없이 명성황후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이자 연출자인 윤호진 대표에게 ‘불쑥’ 다가가 선언했다.

“대표님, 저 커서 명성황후할 거예요.”

신영숙 본인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 일을 윤대표는 깊숙이 간직해 놓았던 모양이다. 몇 달 전, 윤대표가 신영숙에게 ‘불쑥’ 전화를 걸었다.

“이제 할 때가 됐지?”

명성황후는 굳이 뮤지컬 팬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는, 말 그대로 ‘국민뮤지컬’이다. 명성황후를 맡은 배우에게는 평생 ‘명성황후 배우’라는 꼬리표가 훈장처럼 따라 다니게 된다. ‘LA다저스의 박찬호’, ‘맨유의 박지성’처럼 신영숙은 이제 ‘명성황후 신영숙’이 되었다는 얘기다.

명성황후는 어느덧 고전의 반열에 오른 뮤지컬이다. 신영숙은 “스펙터클한 무대는 지금 봐도 놀라울 뿐이다. 20년 전에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특히 무대 절반이 지하로부터 통째로 솟구치는 장면은 해외에서 공연할 때에도 외국인들의 “나이스!”가 쏟아졌던 무대다.

명성황후가 마지막에 부르는 ‘일어나라 백성들이여’는 실제로 전 관객을 기립하게 만드는 명 넘버다. 한국인의 심장을 지닌 이라면 누구나 이 장면에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쿨쿨 자던 공연 문외한 아저씨도 이 노래가 나올 때면 벌떡 일어선다는 전설의 명장면이기도 하다.

배우는 이 장면에서 무대와 객석이 함께 똬리를 틀듯 죄어오는 긴장감에 압도당하게 된다.


● 노래 한 방으로 승부… “연습만이 답”

“엄청난 부담을 느끼죠. 실수하면 끝이니까. 저 사실 겉보기와 달리 ‘간뎅이’가 굉장히 작아요. 이런 간뎅이로 여기까지 어떻게 해 왔는지. 결국은 연습이죠. 부담감이 클수록, 연습밖에 답이 없어요.”

노래 잘 하기로 소문난 배우인 신영숙에게는 이런 ‘노래 한 방에 승부해야 하는’ 역할이 자주 주어졌다. 캣츠의 ‘메모리’, 레베카의 ‘레베카’, 모차르트의 ‘황금별’, 팬텀의 ‘다 내 거야’ 등이 한 곡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넘버들이다. 신영숙은 “캣츠의 그리자벨라 때는 2시간 내내 분장실에서 혼자 연습하다가 메모리 한 곡 부르러 무대에 나왔다”라며 “배우로서 연륜이 쌓이고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부담감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배우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배우의 고통과 관객의 즐거움은 비례한다. 신영숙은 국내 뮤지컬계의 몇 안 되는 ‘믿고 보는’ 여배우다. ‘믿고 보기’가 꺼려지는 의심증 환자라도 ‘보면 믿어지는’ 배우가 신영숙이다. 그것마저 못 하겠으면 아무 말 말고 황후를 경배할 일이다. 16년 만에 황후가 금의환향하시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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